▲「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지나간 아득한 혈족사회시대에도 내 이웃이 혈족보다 못지 않다는 것을 일러온 속담이다. 사회가 극도로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오늘날에도 모든 인간 가족은 주어진 여건의 변동에 따라 흥망성쇠를 같이하고 있다. 내 이웃은 아직도 나와 독립된 별개의 집단이 아닌 하나의 공동 운명체란 점에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 상호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한 연계 관계에 놓여지게 마련이다. 비록 보이지 않고 느끼지는 못하지만 모든 인간 가족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로 굳게 연결된 하나의 공동 운명체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선 나의 이웃은 곧「남」이 아닌 또 하나의「나」라고도 할 수 있다.▲「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하신 복음 말씀도 곧 나를 사랑하는 자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나를 사랑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도시는 물론 농촌에서까지도「이웃사촌」이란 미풍양속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각박한 세정은 내 이웃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고도 않고 또 알 수도 없게 돼버렸다. 극단의 이기주의는 내 이웃에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다.▲이러한 상황 속에 몇 개 본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자발적인 구빈(求貧) 활동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몇몇 신자들의 희생과 사랑으로 엮어진 이「자선시장」의 운영은 우리에게 망각되기 쉬운 사랑의 계명을 새삼 깨우쳐 주고 있다. 또한 이것은 사랑의 실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묵은 관념들을 깨끗이 씻어준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오직 내 이웃을 위한 뜨거운 사랑과 내 한 몸을 기꺼이 바친 희생만으로도 이「자선시장」은 훌륭히 운영되고 있지 않는가.▲바쁜 직장 생활의 시간을 이용, 밤을 꼬박 새워 모여진 옷가지나 가구들을 손질할 때도 조금도 괴로움을 모른다는 이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신앙인의 참자세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서 신앙인으로서의 긍지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의 실천 속에서 신앙의 기쁨과 보람의 샘터를 찾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빛을 잃어가는「이웃사촌」이란 단어가 빛을 찾을 날도 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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