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신품을 받고 어둠에 잠겨 있던 조국을 근대화하려는 일에 오로지 몸과 마음을 바치다가 새남터에서 거룩한 피를흘린 복자 김 안드레아 대건 신부의 순교 1백30주년 치명일인 지난 9월 16일에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 전국협의회의 주관으로 동협의회 회의실에서 전국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뜻깊은 시성시복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함은 이미 본보에 보도된 바와 같다.
우리의 거룩한 순교자들에 대하여 시성시복운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을 평협이 발족한 1968년 이래 거듭 이야기되어 오다가 지난해 8월에 열린 평협정기총회에서 이를 의결하고 주교회의에 건의 사항의 하나로 올리므로써 지난 5월에 열린 춘계 주교회의에서는 이를 받아들임과 아울러 수원교구의 김남수 주교를 이 운동의 책임주교로 선임함에 이르러 첫 단계의 빛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에 힘입은 평협은 곧 교회법 전공의 성직자 교회사 전공의 성직자 평신자들로 구성된 시성시복운동 자문위원회를 거듭 열고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일으킬 방법과 절차 등을 토의한 끝에 전국 14개 교구의 성직자 대표 평신자 대표의 추천과 승락서를 받고 이들의 참석으로 복자 김대건 신부의 치명일에 두 번째 단계로 뜻깊은 시성시복추진위원회를 결성함과 아울러 임원을 선정하고 시성기도문 시성시복기도지침 및 결의문을 의결 발표하게 되었으니 먼저 이러한 시성시복추진위원회의 발족을 보게 된 일을 백여만 교우와 더불어 진심으로 경축 환영하는 바이다. 한편 한국 주교단에서는 1968년 10월 6일에 시복된 병인교난(1866)의 순교 복자 24위의 심사 재판에 참여한 일이 있는 이탈리아 변호사 단테씨를 올해 5월에 맞이하여 시성시복의 절차 방법 등을 들은 다음 6월에는 책임주교 김남수 주교로 하여금「로마」교황청에 시성시복 청원서를 제출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우리 한국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이 바라고 바라던 시성시복 운동의 기틀은 마련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우리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이 책임주교의 인준을 받아 공포된 시성기도문으로 열심히 기도를 천주께 드림으로써 불치의 병자가 고쳐지거나 어떠한 어려운 일이 좋게 해결되는 등의 기적이 얻어지도록 하는 일과 아직 복자위에 올림을 받지 못한 숱한 순교자들의 자료를 모으는 일에 총매진하여야 하겠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의 교리 연구의 결과로 1784년에 창설되는 기적과 같은 일을 이룩하였으나 그 이듬해부터 박해를 받기 시작하여 한불수호조약이 비준됨으로써 억지로나마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된 1887년에 이르기까지 꼭 1백3년 동안 공적박해를 받았다. 이 사이에 있어서 우리 천주교회는 1801년에 일어난 신유박해를 비롯하여 1839년의 기해박해 1846년의 병오박해 1866년의 병인박해의 네 차례 큰 박해를 받게 되고 이들 박해로 말미암아 1만 명 이상의 순교자를 내게 되었으나 이 밖의 끊임없는 박해로 말미암아 거룩한 피를 흘린 순교자들로 수백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순교자들 가운데에서 1836년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교하게 된 프랑스 성직자들이 사목하게 된 시절에 순교한 기해교난 및 병오교난의 순교자 79위는 1925년 7월 5일에 복자위에 올림을 받게 되고 병인교난의 순교자 24위는 1968년 10월 6일에 또한 시복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으나 그 이전 신유교난 등으로 말미암아 거룩한 피를 흘린 3백 명 이상의 순교자들은 아직 그러한 영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백여만을 헤아리는 우리 교회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들은 열심히 기도를 천주께 드림으로써 우리가 모시게 된 103위의 복자들로 하여금 하루 바삐 성인 반열에 오를 수 있게 총매진하여야 하겠으며 아직 복자위에 올림을 받지 못한 그 밖의 순교자들로 하여금 시복되도록 순교 자료를 모으는 일에 물심양면으로 합심협력하여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천주교회는 그토록 모진 박해를 1백3년 동안이나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발전하여 세계 전교 사상에 기적과 같은 일을 보이었으나 아직 한 분의 성인조차 모시지 못하는 슬픔을 갖고 있다. 이웃 일본의 천주교회는 德川幕府의 모진 박해로 말미암아 2백30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구미각국과 수교한 1858년 이후 재건됨과 아울러 1867년 7월 7일에는 2백5위의 복자와 26위의 성인을 시복시성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으니 일본교회보다 빛나는 순교자를 많이 가진 우리나라 교회는 그보다 많은 복자와 성인을 모시도록 이 운동에 총매진하여야 하겠다.
앞으로 8년 뒤인 1984년에는 우리 교회가 창설 2백주년을 맞게 되고 그때에는 4년마다 열리는 만국성체대회를 서울에서 열도록 추진 중이라 하니 이때쯤에는 우리 신자들의 열심한 기도와 희생으로 우리 복자들이 성인 반열에 오르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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