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택시를 타고 출근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 8시경이었을까? 글자 그대로 러쉬아워여서 서로가 빨리 자기의 일터로 나가려는 심정은 마찬가지며 운전사들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서로 앞을 다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로타리에 왔을 때 내 앞차가 차선을 막아서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신호에 걸리고 말았다. 화가 난 내 차의 운전기사는 덮어놓고 듣기에 거북한 욕설을 퍼붓는 것이다.
또 며칠 전 박대통령컵 축구 시합을 구경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 화랑 팀이 뉴질랜드를 2대 0으로 리드하여 서울운동장은 환호와 기쁨에 차 있을 때 바로 내 뒷전에서 구경하던 20대의 청년이 역시 듣기 거북한 욕설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귀에 거슬리기에 뒤를 돌아보았더니 왜 쳐다보느냐는 듯이 더 큰 소리로 신나게 욕설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경우를 분석해 보면 먼저 것은 기분이 나빠서 하는 욕설이고 뒤것은 기분이 좋아서 하는 욕설이다
이것은 기분이 좋거나 나쁘거나 그 감정을 욕설로 나타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운전수의 욕설의 경우 그 욕설을 듣는 사람은 앞차의 운전기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과 타고 있던 나뿐이다. 그렇다면 하루의 일과를 차분히 시작하려고 출근하는 손님의 입장은 전혀 문제시하지 고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장에서의 일은 자기 주위에 있는 많은 관중의 감정은 전혀 관심 밖의 일이라는 셈이다.
심리학적으로는 인간이 욕설을 퍼붓는 것은 어떠한 스트레스의 해소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자기의 감정의 소박하고 원시적인 표현이라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앞서 예시한 두 가지의 경우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멸시와 모욕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였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나는 단순한 육체적 자기가 아니라 정신적 영적 자기인 것이다. 자기 안에는 이상과 선의와 양심의 자기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자기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를 모독하고 학대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학대하고 모독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천대받고 학대받고 수모를 당하면 아무리 인내심이 강하고 관용하려고 노력하고 순종하려고 하여도 견디지 못하기 마련이다.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떠나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예지와 힘과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하느님이 계실 곳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분은 오실 수가 없다.
자기가 모실 자세를 취하지 않고 하느님이 오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우리는 가끔 범한다. 자기의 탓보다도 하느님을 탓한다. 하느님은 대문까지 오셔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원망한다.
기쁘다고 욕설을 퍼붓고 불쾌하다고 자기를 모독하는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어떻게 하느님이 오실 수 있겠는가?
욕설을 하는 것을 그다지 죄악시 않는 이 사회의 풍토가 그 사람만의 탓이 아니고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하나의 인간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고립 분열 자기중심주의에서의 해방이 없이는 욕설 없는 사회가 이룩될 수는 없는 것 같다.
남을 향해서 욕하는 것이 바로 자기에 대한 모독이며 나아가 하느님에의 모욕이라는 것을 생각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