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한 살 된 나는 양봉하는 남편을 따라 금년에도 천막생활을 하게 됐다. 금년에는 시내버스 종점에 위치한 청계산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도 양봉에 서투른 우리영감은 금년에는 아키시아꿀 뜰 때부터 일이 앞뒤가 잘 맞지 않아 고생이 심하다. 몇 년 전 취미로 2통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은 60여 통으로 늘어나서 누가 봐도 양봉하는 사람이다. 벌통이 늘어나니 욕심도 늘어나고 따라서 고통과 고민도 늘어난다.
나는 아침기도 때마다 영감에게 굳은 믿음주시고 욕심을 제거해달라고 기도한다. 영감에게도 벌통수도 줄이고 남에게 맡기고 옛날같이 성심회도 열심히 참석하고 교우들과 어울리면서 살 것을 권한다. 벌통이 적었을 때 보다 지금은 아주 바쁘고 성심회도 거의 못 나가고 교우들과도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전기 불 아닌 촛불아래서 맞이하는 저녁은 도시의 아파트 속에서 맛 볼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또 개울에서 발을 불에 담근 채 먹은 그릇을 씻고 빨래하는 재미는 퍽 낭만이 있고 동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풍유의 맛을 모를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병풍처럼 들러있는 산에 빈틈없이 꽉 들어찬 나무를 보면서 아무생각 없이 내 마음은 그저 좋기만 하다. 이글을 쓰는 사이에도 건너편 높은 산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하고 싱그러운 바람은 너무도 좋다.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고 평화스러운 이 분위기, 사람의 손이 다시 만들어 놓지 못하는 자연 속에서 내 마음도 저절로 평화 속에 잠기면서 『감사합니다.』하는 화살기도가 수없이 터져 나온다. 확실히 도시보다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더 간절히 골똘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아파트 속과 이 자연 속을 비교할 때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흔적들을 실감한다. 이속에서 피서 아닌 피서를 하게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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