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호남을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보여 지는 것들에 속이 상해서 가슴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한 분이시지만 교회는 하나이지 못합니다. 호남의 교회는 무척이나 가난했기에 이 더운 여름철 선풍기 한대 없는 당신의 집에서 땀으로 목욕하며 당신을 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이곳에서는 여러 대의 선풍기아래서 화장이 얼룩지지 않으려 애쓰며 당신의 제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이토록 가슴 메어지는 아픔을 동반함은 무슨 까닭입니까?
어느 본당에서는 산간학교가 가족단위로 열렸다고 합니다. 산상설교를 되새기기 위한 당신과의 일치를 원한 자리가 결코 아니었음을 주는 아십니까? 밥투정ㆍ반찬투정ㆍ자리투정……아이가 먹을 수 없는 반찬이 식단으로 짜여 졌다고 봉사하는 분들에게 볼멘 항의가 들어옴을 당신은 듣고 계셨습니까? 모두가 잘못된 개인의 아집으로 채워진 곳이었습니다. 그들이 야 유회를 갔습니까? 일치와 단결이 아닌 가진 자의 모습을 심사하기 위한 자리입니까? 시골본당에서는 공소미사 나가시는 신부님 차(車)기름 값도 모자라 쩔쩔매는 이 지경에. 그 공소가 산허리 아홉 구비쯤 돌아서야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산간학교가 아닌 야유회가 되어 버린 곳에서 당신의 모습을 찾고자 아우성치는 죄인의 부르짖음을 들으십니까?
마늘 값이 떨어져 통곡하는 형제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 도시의 호화로운 성전이 우리들 일상에 꼭 필요한 것인지요?
하나인 교회에서 부와 가난이 팽팽히 맞서는 것도 일치입니까?
하늘나라가 거기 있다기에 모였습니다. 누구나 평등한 곳 이라고 했기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거대한 본당 한쪽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미사 참례자의 자리까지도 저절로 선이 그어지고 있음을 당신은 아십니까?
주여! 당신이 그러했듯이 우리 모두가 하나 되게 해주십시오. 도시의 물질주의에 알게 모르게 편안하게 안주한 사제들에게는 시골의 가난도 몸으로 부딪히며 알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지역적인 특성도 좋고 본당만의 개성도 좋습니다. 그러나 벽이 없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 나누며 아픔을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나의 신부님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신부님이며 우리본당(나의본당)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교회임을 일깨워 주십시오. 영남은 호남의 아픔을, 호남은 영남의 호흡을 이해 할 수 있게 해주시고, 부가 집중된 중앙의 교회가 시골교회까지를 내가되듯 함께 느끼게 해주십시오.
『주여!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가톨릭의 의미를 더 깊이 묵상할 수 있도록 은총으로 두우소서.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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