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날 저녁 때의 일이다.
늘어놓았던 물건을 챙겨 진열장에 넣으려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데 양말갑 속에 낯선 지갑 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가!
『어마 누가 지갑을 두고 갔을까?』얼른 둘레둘레 보았다. 옆에는 아무도 없다.
지갑을 잃고 가서 허둥지둥 찾을 것을 생각하니 잃은 사람의 안타까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군가 어서 와서 찾아가기를 바라며 일을 계속했다. 그러는데 마음의 한쪽 구석에서 달콤하게 살살 속삭여오는 소리가 들린다.
『저 지갑 안에 빳빳한 천 원짜리가 꼭꼭 들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양말 하나를 집어 지갑을 덮어놓았다. 그리고 또 한 번 둘레둘레 옆을 살폈다.
『덮어두면 어쩌자는 것이냐? 어서 주인을 찾아주어라』『아냐、아무도 안 보는데 어떠냐 돈이나 많이 들어 있으면 좋겠다』『그래、너는 소위 신자라는 주제에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남의 돈을 탐내다니 그러면 못 쓴다』『아냐 내가 훔친 것이 아니라 떨어진 것이니 괜찮지 않으냐』 마음 속에서는 양심과 악마의 유혹이 서로 다투고 있다.
그렇다. 내가 하느님 말씀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더라도 떨어진 남의 재물을 탐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하물며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가난하나마 올바르게 살려고 애쓰는 주님의 딸이 아닌가.
천만금이 떨어져 있다 해도 내 것은 아니다. 양심의 용기가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지갑을 들어 열어보기로 했다. 주인을 찾아줄 무엇이 들어 있나 하고 말이다.
『성모님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더라도 남의 것을 탐내지 않는 양심 바른 여인이 되도록 저와 함께 주님께 빌어주시옵소서 잠깐이나마 마음의 흔들림은 저의 신심이 부족했던 까닭입니다.
저의 이 부끄러운 마음가짐을 꾸짖어 주셔요. 불쌍한 저를 위해 주님께 빌어주시옵소서』기도와 함께 지갑을 들어 열어본 나는 그만『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한쪽이 떨어져 못쓰게 된 속이 텅텅 빈 지갑이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죄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돈으로 꽉 찬 지갑이 아닌 텅텅 빈 떨어진 지갑이 이 마음을 이렇게 홀가분하게 해줄 줄이야.
『주님 감사합니다. 불쌍한 저를 보살펴 주시어 항상 주님의 계명을 따르는 곧고 바른 여인이 되게 하여 주소서』
▲이 난은 주부 여러분들을 위한 난입니다. 자녀 교육이나 가정생활에 관해 유익한 내용이면 어떤 소재라도 좋습니다. 주부 여러분들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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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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