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축일을 맞이하여 오늘 우리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며 이 축일이 우리에게 주는 깊은 뜻을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역사 안에 있는 교회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의 강생으로 완전히 드러난 계시는 교회의 시간을 통하여 인류에게 더욱 명확히 이해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교회의 교의는 절대요 초월의 것이기 때문에 역사의 것을 생략하는 단순화를 순수화인 양 생각하기가 쉬운 것이다. 그러나 그 초월적인 것이 인간에게 관여될 때 인간에게는 역사 안에서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하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다.
아들 예수가 하시는 일을 지켜보시고 어머니로서 항상 함께 계셨다. 그는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분이시고 그리스도의 구원이 그에게 자리하고 이 세상에 온 것이다.
그는 동정 성모시다. 그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분이시다. 그는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다. 성모 승천에 대한 신심은 초대교회부터 계속되어왔고 보편화된 신심이었다. 1950년 11월 1일 삐오 12세께서 신앙교리로 선포하셨다.
개신교인 가운데 성모께 대한 신심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은 줄 안다.
그것은 구원사업의 역사성을 추상화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소수 교회인 가톨릭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특별히 개신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성모 신심에 대해서 희의를 느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열심이 식어가지 않는가 우려되는 것이다.
성모승천축일만 하더라도 축일을 지내는 성의가 매우 소홀해졌음을 인정치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성모님은 과연 누구신가、어떠한 교육을 그들에게 하였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교회 역사에 대한 소홀한 태도인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구세사 가운데 그리스도와 성모를 완전 분리하여 생각하는 방식은 그리스도의 교회와 역사 가운데 교회를 실제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습성을 낳는 것이다. 역사 가운데 교회는 형상적 교회라고 어디에 있는가 역사상 교회의 잘못을 비난하는 것도 좋고 교회의 권위주의적인 것을 배격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역사를 과거나 미래에 있어 공백화할 수는 없다.
역사적인 상황 안에서 엄연히 발전하고 있는 교회의 참모습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성모 승천은 특별히 우리에게 뜻이 깊은 것이다.
이 축일에 우리나라가 해방된 때문이다. 성모 승천으로 인류는 해방된 것이다. 성모 마리아를 따라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로 인해 구원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원은 승천으로 완성되고 승천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하는 것이다.
인류 해방의 징표요 시발인 성모 승천에 우리나라가 해방된 것이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께서 우리를 도우셨고 우리에게 해방의 기쁨을 주심으로써 참해방을 향해 나아가도록 우리를 인도하고 계심을 믿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성모님께 감사하고 성모님의 가르치심대로 해방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마리아는『이 몸은 주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로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순응하심으로써 성모님이 되시고 몸소 승천하신 것이다. 처녀로서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합리적인 자기 이론도 하느님에게만은 포기하셨고『하느님에게는 불가능함이 없으심』을 믿으신 것이다. 구원은 이렇게 이루어짐을 우리에게 보이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따를 길을 가르치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판단으로 하느님을 이끌어오고 있지나 않으며、불가능함이 없으신 하느님을 믿고 바라는 것보다 내 힘으로 할 것이니 필요할 때나 도우라고 내 일에 하느님을 사역시키는 식으로 주객이 전도된 신앙 태도를 가지고 있지나 않는가. 특별히 우리의 구원과 해방을 위한 우리의 태도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북한에 있는 우리 형제들이 아직 공산 치하에서 해방을 기다리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는 이 사실을 앞에 두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말이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해버리고 혹은 안타까와 하는 사람이 혼자서 애태우고 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형식적이라고 할 만치 밀도 없는 기도를 산발적으로 바치는 것의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묻고 싶다.
하느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에 기도가 타산에 맞지 않는 것인가、이북 형제가 듣지 못하기 때문에 기도를 안 하는 것인가.
셋째로 성모승천축일은 광복절 날이다. 온 민족이 기뻐하는 축일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더욱 더 기뻐해야 한다. 그 기쁨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사목상의 문제점이 없지 않은 줄로 안다.
마지막으로 겨레를 위해서 진정한 소금과 누룩이 되어야 하는 우리들은 더욱 더 민족을 위하여 봉사해야 할 것이다. 해방은 독립을 가져왔고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국민의 대열에 앞장서서 진정한 독립의 방향을 제시하고 내실을 기하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 스스로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발전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되겠고 이것을 위해 노력할 것을 오늘 우리는 다시 다짐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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