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인 오월을 성모님께 바치고 있는 우리는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도 성모께 감사로이 바치고 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풍성하게 익어가는 오곡백과를 보고 주님의 풍성하신 은혜를 절감하고 가을꽃들을 스치고 지나가는산들바람에서 성모님의 자애로우심을 실감한다.
항상 이와 같이 주님의 은혜 안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감사의 표시를 나타낼 줄을 모른다. 신자들의 감사의 표시는 무엇보다도 기도로써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나도 기도가 적은 것 같이 여겨진다. 특히, 가정기도는 더욱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로사리오성월을 맞이하면서 잠시 동안 가정기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한다. 본지 제1022호에 보도된 바와 같이 현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가정기도의 가치를 재강조하면서「크리스찬 가정은 축소된 교회」라고 지적하고, 가정기도가 그 가정의 성화와 더불어 이 사회 정화에 있어서 원동력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크리스찬 부부가 형성하는 가정 교회에서는 두 사람이 하나의 삶을 같이하며 성사적 기원에 바탕을 두고 나약하고 변하기 쉬운 인간적 사랑을 독특하고 영속하는 사회 건설을 위해 초자연적 사랑의 단계로 승준시켜야 한다』고 하신 교황의 말씀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교황은 그곳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말씀하시는 가운데 어머니들에게는 자녀의 기도ㆍ고백성사 성체성사 및 견진성사를 사제와 함께 준비하며 자녀들에게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하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의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가족과 함께 로사리오를 바치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한편 부친들에게는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며 가족 전체의 기도생활을 지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가정기도만이 크리스찬 가정에 평화의 상존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는 모든 면에 있어서 현실주의로 흘러 청소년들에게 영혼이라든가 정신에 대한 사상을 심어주기가 여간 어렵지 않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종교적 생활의 기쁨을 심어 주기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독서의 즐거움에 잠기기보다는 손쉽게 영화나 TV에 의존하려 하고 사물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것 관능적인 것에만 두기 쉬운 환경이다. 이러할 때 가정에서마저도 기도를 등한히 한다면 신자들의 자녀에게 어떻게 신앙의 기쁨을 심어줄 수 있겠는가?
지난 팔월 22일에서 25일까지 계속된 극동주교회의에서는「청소년 중요성」에 대해 재확인하고 그것을 77년의「로마」에서 열릴「시노두스」에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다음 세대가 가장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의 정신이 건전해야 하며 한 가정이 건실하고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그 자녀들이 건전하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 그것은 교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자녀들이 열심한 기도로써 신앙의 기쁨 안에서 자라야만 한다.
「축소된 교회」로서의 가정에서부터 기도생활이 계속되지 않는 한 청소년들에게 기도의 기쁨을 심어줄 수는 없다. 등화가친의 계절이며 감사의 계절인 10월달을 우리 교회가 로사리오의 성월로 정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 좋은 계절에 온 가정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성모님께 전구함을 청하는 것은 얼마나 삶의 보람을 더해주는 일인지 모른다. 특히 전가족이 손에 묵주를 들고 로사리오의 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우리들 가톨릭 신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며 기쁨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기도를 등한히 한다는 것은 곧 가톨릭 신자로서의 특권과 기쁨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인 동시에 더욱 무서운 것은 자라나는 귀여운 자녀들을 무서운 현실주의적인 시대적 사탄에게 내어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된다.
사도 바오로도『우리가 대항해서 싸워야 할 원수들은 인간이 아니라 권세의 악신들과 세력의 악신들과 암흑 세계의 지배자들』이라고 말하면서 그것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하느님의 말씀(진리)으로써 무장하고 기도로써 대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여러분은 열심히 기도하고 간구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십시오. 언제나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
(에페 6ㆍ12-18 참조)
그러므로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가정기도를 바치면서 이 뜻있는 로사리오 성월을 보람 있게 보내기를 간절히 빌어마지 않는다.『천주의 성모 마리아여 우리의 가정들에게서 항상 기도가 끊이지 않게 하여 주시옵고 주님과 함께 늘 기쁘게 살며 어떠한 처지에서든지 감사할 수 있는 믿음을 사실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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