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한국어문학에 끼친 영향은 문학적인 면과 어학적인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문학적인 면은 주로 천주가사와 수필ㆍ수상ㆍ일기(傳記) 등으로 볼 수 있는 산문과 한시 등이 있으며 어학적인 면은 한글의 보급과 언문일치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천주가사에 관하여는 이미 본보를 통해 언급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한글의 보급과 언문일치에 관하여 일별해 보고자 한다.
이제 천주교가 한글의 보급과 언문일치에 끼친 영향을 고찰해보면 이에 관하여 일찍이 김윤경 박사가 언급한 것이 있다.
김윤경 박사는「조선문학급어학사」한글의 보급과 발전에 대한 기독교의 공헌에서『한문의 질곡에서 대중을 해방하여 한글을 가치있게 쓰고 배우도록 보급시키고 한글을 구미 학계에 소개한 공적에 대하여는 기독교에 감사드림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중략)…이승훈은 교리를 한글로 번역하여 소개하므로 기호에 전수되며…(중략)…이미 위에서 말함과 같이 교리에 관한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여 신도들에게 읽힌 것도 큰 공헌임은 물론이지만은 그보다도 더 유명하고 큰 공적은 그 선교사들의 손으로 우리 사전이 최초로 편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종 17년 경진(서기 1880)년에 法國巴理에서 출판한「한불자전」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말의 사전으로 최초가 됨으로만 귀할 뿐 아니라 그 뒤 여러 사전 편찬가들의 토대를 닦아준 점으로 더욱 그러합니다. 본서는 3부로 나뉘었는데 제1부는 일반 어휘의 사전이요 제2부는 문법의 사전이요 제3부는 지리의 사전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 다음 해에는「한어문전」(1881)이「빠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것은 전기 자전과 아울러 조선에 처음 오는 선교사들에게 말 배우는 편의를 주기 위하여 편찬된 것이지마는 우리말과 글의 내용을 서양학계에 소개하는 동시에 우리말의 과학적 연구의 씨를 뿌린 것임은 물론입니다』라고 천주교가 우리말과 글에 끼친 공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개괄적인 것에 지나지 못한다.
필자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천주신교의 교리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일반 신도들에게 읽혔다는 기록이 문헌상 최초로 나타난 것은 정조 12년(1778) 무신 추 7월에 정언 이경명이 올린 상소로부터다.
유흥렬 교수는『1788년(정조 12년) 8월에 정언(正言)이던 이경명은 왕에게 글을 올리어「서울서부터 먼 시골에 이르기까지 천주교서를 언문(諺文=한글)으로 써서 신명과 같이 받든다」라고 말하였으니 이 무렵에는 이미 한문으로 된 교리서는 물론 그것을 언문으로 번역한 책도 상하각층에 널리 퍼져서 신앙의 양식 노릇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교리서를 국문(國文=한글)으로 옮기는 일은 이승훈의 의 아저씨이던 이가환이 맡아보았다』라고 그의「한국 천주교회사」(P105)에서 말하고있다.
전기 김윤경 박사의 인용문 중「이승훈은 교리를 한글로 번역하여」와 여기 유흥렬 교수의 이가환 번역설은 각각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조명치 않으나 위 이경명의 상소로 보아 이 무렵에는 많은 교리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서민층으로 구성된 일반 신도들에게 깊이 읽히었음을 알 수 있다.
상기 이승훈과 이가환이 교리서를 실지 번역하였다 하더라도 그 번역서가 현전하지 않으므로 그 진부를 알 수 없으나 그 무렵의 한글 교리로서는 1801년 신유교난 때 순교한 정약종의「주교요지」와 1779년(정조 3년)에 천주공경가」가 있다.
정약전의「10계명가」와 이벽의「천주공경가」는 이미 언급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정약종의「주교요지」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이경명이 지적한 언문 교리서도이「주교요지」를 가리킨 것인지 기실은 마테오 릿치 신부가 지은「천주실의」가 들어와 있었으나 이원순 주교가 지적한 그대로 일반 서민층에 미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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