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정관 불임수술 허용」. 지난 6일 국내 신문들은 이 같은 믿기 어려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교황청 교리성성은 정관수술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관행을 변경」하는 교령을 발표하여 정관수술자도 정당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처음으로」선언했고、피임 수단으로「정관수술을 승인」했으며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의 최고법원은「정관 수술자의 결혼을 무효화」시켜왔다는 것이었다. 교회를 좀 아는 신자들은 모두 이 같은 보도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가톨릭시보에는 신앙교리성성이 발표한 교령전문(全文)과 해설 기사가 실렸다. 한마디로 국내 신문 보도가 오보라는 것이다.
교황청은 교회의 관행을 변경하지도 않았고、정관 수술자의 결혼을 무효로 선언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정관 수술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오보가 나와야 했던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문제의 교령은 발표 일자가 5월 13일임을 주목할 수 있다. 그 교령을 가톨릭시보가 입수한 즉시 발표한 것이 8월 14일이었다. 무려 3개월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그동안에 일반 신문이 불쑥 오보하고 말았다. 이 교령은 내용상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신문이 이를 입수 보도하는 데 무려 3개월이 걸렸다는 것은 중세 때이면 몰라도 매스콤 시대의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렵다.
▲교회(敎會)는 문자 그대로 가르칠 의무가 있다. 이번의 경우를 보면 가르치기 전에 우선 알려주기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령은 그것이「교령」이기에 알려져야 하고 가르쳐져야 한다. 동시에 신자들은 적시에 알 권리가 있다. 흔히 안보 독재국가에서「진실」을 엄폐하는 경우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 교령의 전문을 읽어보고서도『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문제일 것 같다. 좀 삐딱하게 평을 한다면 어렵게 표현하려 묘하게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고나 할까.
교령은 만민에게 알려져야 할 성질의 것이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비단 교령뿐 아니라 교회의 메세지들이 그 말마디나 표현 방식 때문에「메시지」가 못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쨌든 오보가 대대적으로 나간 후에 모기 소리(?)로『그게 아니다』고 해명하는 것은『한 발 늦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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