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꾸르실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금시초문이라 할 것이고 교회 안에서도 그런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말을 들어서도 궁금히 여기는 교우가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실 필자 역시 그 중에 하나이었다. 수료자에게 물어보면『가봐야 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말로써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다. 가령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둥글고 모가 났다고도 할 수 없고、색이 빨갛고 맛이 달다고도 할 수 없으며、체험을 통해서 느껴보듯이 꾸르실료도 그렇기에 가서 봐야 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미지의 세계인 하늘나라를 세상사를 통해서 교훈을 하셨듯이 이것 역시 주위에서 보고 듣는 것 중에서 비유를 들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님의 사랑의 체험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세상 일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 단계를 거쳐서 올라가고 또는 완성된다. 즉 씨앗에서 당장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싹이 나고 잎과 줄기가 서서 꽃이 피며、아기가 기고 걷고 해서 성장되면 드디어 부모의 품을 떠나 애인을 만나서 듣기만 하던 사랑을 체험하듯이 신앙 면에 있어서도 그런 것이다.
고로 여자가 남자를 알고 대화를 한다고 순수한 사랑을 체험할 수 없듯이 신자가 교회에 나가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한다고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기는 부족하다.
그러나 약혼 선물을 주고받으며 모든 것을 믿고 그이에게 참된 사랑을 고백할 때 체험을 하듯 신자는 꾸르실료로 그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 일단 약혼을 하면 어제까지 남이었지만 이제는 부모보다도 그를 만나고 싶고 그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으며 말 한마디라도 애정이 담겨지게 마련이듯이 꾸르실료도 그와 같은 심적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성당에 자주 나오고 기도를 하며 그리스도와 더욱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약혼자를 두고 다른 남자를 생각할 수 없듯이 물질과 황금이 유혹한다고 그리스도를 떠날 수 없고 모든 것을 믿고 생사고락을 같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벌써 그 사이가 단절되었다는 것이 간혹 들리는데 그것은 그리스도보다 다른 무엇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만왕으로 군림할 때 이미 늦었음을 통탄할 것이다. 요는 잘 사는 것보다 복되게 살려고 노력하면 누구나 불러주실 것이다.
여하간 서민이 귀공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 영광이라면 비천한 몸이 그리스도의 약혼 선물을 받고 사랑을 받으며 산다는 것을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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