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들의 심리에서 보면 범죄를 범하는 장소나 대상은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다.
어디서 누구의 것을 훔치든지 손쉽고 많은 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만인 것은 뻔하다. 따라서 도적에게 왜 내 것을 훔쳤는가 하고 물어본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50이 넘은 어떤 여자분을 간신히 납득시켜(완전한 이해는 아니지만) 성당에 나가도록 하였다. 몇 주를 나가던 중 어느 주일날 헌금을 하고 돌아와보니 가방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가방에 들어 있던 것이 많든 적든 그 여인의 불쾌감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떠한 동기에서 성당문을 두드렸든 처음에는 주일을 지키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은 모든 신자가 다 경험한 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눈이 많이 내린다든가 비가 온다든가 하면 성당에 나가지 않기가 일쑤며 더구나 무슨 볼일이 있을 때는 주일미사에 빠진다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물며 자기 스스로의 자각에서가 아니고 타인의 권고에 의해서 겨우 성당을 나가는 이 여인이 성당을 외면하게 된다는 것을 탓할 수만도 없을 노릇이다.
그런 일이 있던 다음 주일에 이 여인은 상상한 대로 성당을 나가지 않았다. 옆에 있떤 손자가『할머니 왜 성당 안 가세요』하고 물었다. 그때 그 여인은『가방 도적 당해서 기분 나빠서 안 간다』하셨다.
우리는 미사 중 특히 헌금이나 영성체 때 사회자가 마이크를 통하여 소지품을 주의하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버스도 아니고 기차도 아닌 성당에서 도적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기 한이 없는 일이다.
소지품의 분실이 도적의 소행이지 신자의 소행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신자로서는 그러한 마이크의 소리에 그다지 신경이 쓰여지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처음 나오는 예비자로서는 도적의 주인공이 신자인지 외부로부터의 침입자인지 판단키 어려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이 피해자만의 어떤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손자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도적에게 성당만은 자기들의 지역에서 제외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헛된 일임에는 뻔하다. 그리고 성당 이외에서의 도적 행위를 용서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지 도적이 훔친 물질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물질에 그친다면 좋겠다.
그 예비신자나 어린 손자 안에 계셔서 아버지로서의 사랑으로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마저 훔쳐 가는 결과가 된다는 데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도적을 당하는 것은 당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가끔 듣는다. 그러나 미사 중의 헌금이나 영성체 하는 성스러운 순간, 하느님을 다 같이 축하하는 그 기쁜 시간에도 도적을 의식해야 하는 이 현실이 딱하기만 하다.
『도적이여, 훔치는 것은 당신의 직업일지 모르나 마음, 하느님 영혼까지는 훔치지 말아 다오』하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주여 우리들의 거룩한 시간을 불안하게 하는 자를 보다 불쌍히 여기시어 나보다도 그들에게 보다 풍성한 은혜를 주소서』하고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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