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한글 교리서의 필요성에 의하여 편술된 것이 정약종의「주교요지」다. 정약종(1760~1801)은 다산 정약용의 중형이며 정약전의 아우로 이승훈은 그의 매부이다.「상재상서」로 유명한 정하상은 그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일찍기 그의 형제들과 더불어 천주교에 입교하여 본명을 아우수스띠노라 하였고 신심이 굳어 명도회장으로 일하다가 1801년 순교했다.
정약종의「주교요지」는 늦어도 18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교인 중의 어리석은 우부유동을 위하여 한글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황사영의 백서가 입증하듯이「주교요지」는 비록 일반 신자를 위해 지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대로 서민층에게 한 글을 보급、발전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한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이 주문모 신부의 감준을 받아 간행되어 일반 서민층에 널리 퍼져갔다는 사실은 한글 보급에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이제 그 원본은 전해지지 않으나 1900년 민 대주교의 감준을 거쳐 활자본으로 간행된「주교요지」에서 그 일절을 인용하고 이것이 얼마나 언문일치 문장에 접근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심이 스스로 텬쥬 계신줄을 아나니라」…이것은 정약종 자신의 수필 원본이 아니고 1909년에 간행된 것이기 때문에 문체상의 많은 변형이 예측되지만 얼마나 언문일치에 가까운、말하듯 쉽게 쓴 글인가는 직감할 수 있다. 이러한 교리서가 1750년대 이후부터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읽히었다는 것은 국어사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주교요지」의 문장을 그 교리적 요소를 제거한다면 그 글의 성격으로 보아 수필의 쟝르에 매우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주교요지」의 수필적인 문학적 성격에 대하여는 따로 후술하겠다.
다음 한국의 초기 천주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교리서는「천주실의」인데 이것이 언제부터 번역되어 읽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홍락안이 1791년(辛亥) 11월 초 1일에 올린 계에 의하면「近間此學이 復識하고 活字刊行文說도 亦有耳聞」이라는 기록으로 보아 일찍 교리서가 저술되거나 활자로 간행된 듯하다. 그러나 당시의 본이 전해지지 않으므로 연대 미상이지만 現傳하는 것을 그 대본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서민층의 신자들에게 한글 보급을 위해서는 거의 절대적인 위력을 지녔을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주교요지」「천주실의」는 이미 1795년대 이후부터 한글로 저술 혹은 번역되어 일반 대중에게 읽히면서 그것이 한글의 보급과 언문일치 문장의 형성에 선구적 역할을 하여 주었다.
그러나 이 외에도 많은 교리서가 번역되어 한글의 보급에 공헌을 하였으나 1837년에 한글로 번역된 필사사본「성교절요」가 현재 양화진 순교자 기념관에 전하며 1864년에는 당시의 교구장 베르뇌 장 주교가 두 개의 목판 인쇄소를 설치하고 많은 교리서를 발간 보급시켰었다. 이 밖에도「천쥬셩교공과」(1887)「셩모셩월」(1891)「셩경직희」(1892)등이 간행되어 읽히었다.
이상 제교리서가 우리나라 국어사에 끼친 공적은 이 교리서들이 모두 갑오경장 이전에 간행되어「독립신문」에 앞서 한글의 대중화에 크게 공헌한 점으로서 이는 높이 평가해야 되리라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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