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다. 가출한 청년과 역시 가출한 여자 친구와의 대화다. 여자 친구가 호감이 가는 청년에게 가출한 이유를 물었다. 그 청년 대답의 줄거리가 다음과 같다. 우리집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잘 산다. 집에 가면 없는 것 없이 다 있단다. 외제 가구는 물론 이란제 양탄자까지 없는 것이 없단다. 아버지 직업은 산업 쓰레기 도입회사 사장이고 어머니는 아파트 투기로 수억을 벌었단다. 그렇게 잘 살면서도 또 더 벌기 위해 밀수회사를 차린다고 야단이란다.
그런데 하루는 집에 도둑이 들어와 값진 외제 물건을 많이 도둑맞았단다.
그날따라 집 지키던 도사견도 짖지 않아 아침에야 도둑맞은 사실을 알았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아들인 그 청년을 보고 개를 갖다 버리라고 불호령이 났다. 아무 말없이 개를 끌고 나갔더라면 그만일 것을 그 청년이 아버지께 한마디 말대꾸한 것이 화근이 되어 쫓겨났단다. 가출 아들이 아버지께 한 말이다.
『아버지 들어보세요. 산업 쓰레기를 도입해서 돈 버는 아버지나 아파트 투기업으로 영세민을 괴롭히며 돈벌이하는 어머니나 다 주인들인데 개쪽으로 보면 주인이나 도둑이나 부정해서 돈벌이하는 것은 마찬가지니 무엇하러 짖겠습니까 힘들게시리』그러자 아버지가『저놈 아버지 하는 일에 간섭이 많다』하며 집을 나가라고 했단다. 얼마 전 정부 기관에서 청소년 선도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느꼈다. 요즘 어느 신문이든지 집어보면 과연 기성세대들이 청소년 선도 대책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의문스럽다. 억대 밀수사건 도박사건 살인 강도 협잡 등、그뿐이랴、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음식물에 유해 독소를 넣고 구두 뒷창으로 술안주를 만들고 서민들이 먹는 두부 콩나물에 횟가루 농약을 쏟아 넣고 가짜약과 주사액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등 하나하나 열거하면 한이 없다.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사용하는 교과서 부정、비료 부정 등 온갖 부정은 어른들이 다 저질러 놓고 아이들을 보고 맑게 곱게 정직하게 살라 한다.
심지어는 일부 공복들까지 뇌물이다 파면이다 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세상이 아니냐 말이다. 그리고도 청소년 선도를 하는 사람들도 바로 그 부정을 하는 엄마 아빠가 아닌가. 내가 부정하고 돌아와서 밥상에 같이 앉은 아들 보고 정직하라고? 그러나 그것만이면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부정을 저지르고 뻔뻔스럽게 활보하는 사람들까지는 용서해 주자. 그러면 남은 것은 종교계다. 재산 분규에 고발에 고발로 맞서는 사람들、몽둥이로「반교주 친교주」하고 싸우는 사람들、사랑이다 박애다 설교대에 나서 열변을 토하는 교파들、영생이다 구원이다 영복이 어떻고 이 세상 삶은 잠깐 지나간다며 허무한 세상에 정을 두지 말라는 신앙인들. 이 모든 사람들은 종교인이 아니냐. 그들이 비록 아집과 독선을 버리지 못하고 사랑의 실천에 극히 인색하며 또 나그네 세상에 더 집착하면서도 말이다. 석가모니의 후예들이고 공맹자의 제자들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들이라고 자칭하고 기도하며 살아간다고 하는 우리 모두가 참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여떻게 대하면서 지나고 있는가. 이러한 성인들이 누구를 선도한단 말인지…아이들은 순진하다. 가르치는 대로 큰다.
그러기에 어른들이 가르치는 대로 지금의 청소년들은 대책위원회인가 묻고 싶다. 하느님이 내려다보시고 무엇이라 하실까 심판 날에 종교 지도자 교육자들에 어떤 판단을 내리실까. 주여 우리를 긍련히 여기소서
▲지금까지 이인복씨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김영환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