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탓이다. 집에는 어디에든 눈에 잘 띄는 곳에 성경이 있다. 그 성경을 지금껏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봐서는 큰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경원시해왔다. 더구나 그런 책들은 주일 날 아녀자들이 교회에 나가 소일하는 도구로 오인했었다. 그러던 내가 두툼한 성서를 소리내어 읽어도 부끄럽지 않고 끝까지 보고 싶었고 그 속에 실린 하느님의 진리를 건성으로 보아 넘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이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져서 일일이 체크하고 노트해가면서 독파했다. 그 성서의 독후감을 적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다소 표현의 과장은 있으나「인생의 길잡이요 인생의 안내서」라고 부르고 싶다.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을 또 우리 인류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며 참된 삶으로 이끌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거듭 말하거니와 기실은 땅에 떨어져야 개도 줏어 먹지 않을 쥐꼬리 같은 자만과 얄팍한 상식으로 내 나름대로 성서에 대해 그릇된 집착과 가치관을 가진 것이 큰 이단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또한 믿음은 지식이나 이성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하느님 계시에 대한 응답도 인간의 지혜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 믿음 자체가 하느님의 은혜임을 절감하고 감사할 줄 아는 것도 느꼈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 나도 신앙을 성장시켜 나아가야 할 텐데 그것이 문제고 큰 과제이다.
「생활하는 신앙인」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적혀 있다.
「첫째 매일매일 되풀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살아있는 계시의 말씀은 복음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성경을 하느님의 음성을 대하듯이 조금씩이라도 읽어가는 습관을 기를 때 우리의 신앙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나게 됩니다.
둘째 계시에 대한 응답과 함께 우리 생할 자체가 복음에 입각한 것이라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이웃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며 스스로를 충족시켜가게 됩니다.
셋째 참된 믿음은 사랑의 실천과 함께 자라나며 희생을 가져야 합니다. 희망도 우리에게 하느님과의 일치와 그리스도의 모든 약속의 실현에 대한 기대와 영원한 삶에 대한 기쁨을 가져오는 것이므로 우리는 일상생활에 크나큰 의의와 기쁨을 함께 가져다줍니다.
신자의 생황에서 기도가 없다면 그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몸뚱이와 같은 것입니다」라고. 나는 이 말씀들을 마음에 되새기고 간직하여 죽는 날까지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는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나에게 마지막으로 성경을 자꾸 읽어 달라고 하셨을 때 마지막 어머님의 분부라 아무 부담없이 앵무새처럼 성경을 읽어 드렸는데도 나는 아무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죽음의 사신이 어른거리는 지극히 괴로운 때에 복음 말씀을 들으시고 마음의 위안을 받으신 듯하셨으나 나는 몇 년이 지나 지금껏 그때 성경을 읽은 것만 기억할 뿐이다. 나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의 임종에 성경을 읽어 드렸으면서도 그 성경의 참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태도가 지금 생각해 보니 미련하기 짝이 없는 듯 느껴진다.
나는 실지로 몸둥이는 코끼리 같이 비대했으나 영혼은 바늘 같이 메말라 있는 생활의 연속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내일부터의 나의 삶은 메마른 영혼을 살찌우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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