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은 올해의 전교주일이다. 전교는 크리스찬이라면 1년 3백65일 매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이날을 정해서 전교의 본뜻과 사명과 방법을 반성하고 재강조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전교의 사명에 대해서는『그러므로 당신들은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당신들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시오』(마 28ㆍ19)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기초를 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은 그 서론에서『구원의 보편적 성사이기 위해 하느님께로부터 만백성에게 파견된 교회는 그 본연의 보편성의 내적 깊은 요청에서 또 그 설립자의 명에 순종하여 복음을 만민에게 전파하기 위해서이며…하느님의 나라가 세상 도처에 선포되고 건설되기 위해서이다』라고 언명하고 또 이어서「선교」의 본뜻을『교회로부터 파견된 복음의 전파자들이 온 세계에 가서 복음 전파의 임무와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백성들과 집단에 교회를 부식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독특한 사업을 선교라고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교령 6)
여기서 우리는 한국 선교 200년의 역사 안에서의 회고와 21세기를 향한 선교의 전망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제까지 우리의 전교가 교회를 위해서 해 왔는가, 세상 구원을 위해서 해 왔는가? 교회는 교회 자체를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있는 것임을「바티깐」공의회는 역설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가「구원의 보편적 성사」임을 명백히 하였고 교황 바오로 6세도 공의회 제4기 개회 설교에서『이 세상 안의 교회는 교회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인류에게 봉사하는 데 있는 것이라』로 갈파했다. 이것들은 교회가 오늘날까지 교회 자체의 교세확장을 위주한 선교에 집중되었고 세계의 구원을 위한 봉사에 소홀하였던 것을 깊이 반성 자각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도 물론 이 범주에 속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교지방이란 특수성 때문에 교세 확대 일변도에 기울어져 세상 사회에 대해서는 봉사라기보다는 오부관언의 자세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 아니었던가. 이 점에 대해 한국 선교의 방향성에 있어서의 하나의 전환점을 모색해야겠다. 교회와 신자의 수가 확대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교세 신장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종국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건설되고 확대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선교 목표는 교회의 통계학적 수치에만 두지 말고 항시 교회 밖의 세상사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이를 엄밀히 분석 판단하여 하느님 나라의 가치와 증표가 존재하는 여부를 선포하고 비판하는 예언직 사명을 다해야 하겠다.
또 한편 우리는 종래의 전교에서 너무나「말의 전교」에만 그치고「행동의 전교」에 태만하지나 않았던가? 즉 남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오기를 권고는 했지만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데는 허점이 없었던가.「말과 표양으로 복음을 전하라」는 말은 잘 했지만 그리스도의 증거 즉 하느님 나라의 증거자로서 사랑과 정의와 평화와 진리의 표지와 도구의 역할을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먼저「입술의 봉사」보다는「행동의 증거자」로서 우리 개개인이나 또 각개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나라의 표징이 되고 모델이 될 만한 실적을 보여 주어야 하겠다. 오늘의 현대 세계는 실체주의시대라고도 한다. 백 마디의 권고나 설교보다도 단 한 번의 그리스도인다운 증거와 하늘나라의 징표를 실지로 보여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세상의 누룩과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본뜻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 선교에 있어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선교의 토착화에 관한 것이다. 한국에서의 그리스도교 선교는 한국의 모든 풍토에 적합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한국인의 의지 구조와 문화와 사상의 토양 위에 서구적 풍토에서 자란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부식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한국적 구조에 융합될 만한 예비선교에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할 줄 안다. 화란이나 독일이나「로마」교리서가 한국에 직수입되어서는 아직도 피부 이질감에서 오는 외래종교 영역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한국의 원래적 종교ㆍ사상ㆍ문화ㆍ불교 등의 연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 그리스도교가 현대 한국이란 시공에 육화(토착화)하는 데 보다 더 기여가 되도록 교회 고위 당국의 통찰이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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