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리와 항가리의 접경에 있는 광대한 숲 속에 쯔베틀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에서 72년 여름을 나는 지냈다. 여기서 뜻하지 않게 르네쌍스 후기의 저 유명한 화가 크라나하의 불후의 걸작품「성부」를 보았고 그에 관한 귀중한 이야기를 수도원 원장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고아였던 크라나하는 항상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그는 자나깨나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은 나머지 드디어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환영을 찾느라고 나그네길을 떠나 우연히 경치 좋은 쯔베를 수도원에 머물게 되었다. 여기서는 그는 10호 가량 되는 그림에 생전에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붙잡는 데 성공을 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다.
치스터치엔저 수도회의 성모를 찬미하는 노래를 끝으로 성당 안의 불이 차례로 꺼지면서 침묵대월로 이끌어준다.
아마도 크라나하는 이 노래 속에서 어머니의 영상을 얻지 않았나 싶다. 그레고리안 성가에는 우리가 성모님의 품에 안겨 있음을 느끼게 하여 주며 더할 수 없이 우리를 높이높이 이끌어주는 노래가 많이 있으나 이처럼 나를 감동하게 하여 주는 노래를 다른 데서 듣지 못했다. 사람의 목소리가 그토록 아름답게 거룩하게 들릴 수 있다니…. 크라나하는 그 노래 소리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음에 틀림없다.
「빈」대학교에 교환교수로 와 있었던 이태리「파두아」대학교이ㅡ 이태리 문학 교수인 토넬로는 나를 처음 보자마자 아는 체를 하더니 여러 번 자기 숙소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1969년 내 생일날 예고 없이 쓸쓸히 있는 나를 자기 숙소로 끌고 가서 자기 동향 친구들과 함께 내 생일을 차려 주었다. 그날 너무 고마와서 나는 자청해서 답례로 산타루치아 를 한 곡 불러 주었다. 그랬더니 토넬로와 어떤 여인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날 늦게 친구들이 다 돌아간 후 거기 참석했던 자기 여자 친구 루치아의 이야기를 그는 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는 루치아를「런던」에서 사귀었는데 이미 루치아에게는 연인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루치아의 연인은 그녀로부터 영영 떠나가 버렸는데 그는 한국 여인과 결혼해서 한국에 산 적이 있는 분이다. 루치아는 그를 잊을 수가 없어서 토넬로와는 자주 만나지만 친구 이상으로 더 가까이 할 수 없다는 애닯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눈물을 머금으면서 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런 다정다감한 토넬로가 어느날 귀향하면서 나에게 붉은 장미 50송이와 함께 엽서 크기의 롯씨니의 그림 한 장을 나에게 주고 갔다. 이 그림은「라 맘마」(어머니라는 뜻)였다. 그는 말없이 떠나갔다.
지난 봄 나는「바른 소리」했다는 이유로 어떤 대학을 쫓겨났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어느 교수가 내가 탐을 내던 면륜문와당의 탁본을 정표로 나에게 주었다.
경주박물관에 있는 이 이면문화단 속에서 나는 오지리의 국보로「샬쯔부르그」박물관에 있는 6세기쯤의 대리석 성모상과 비슷한 모습을 본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간송미술관)에 6호쯤 되는 18세기의 일제 신한평(혜원 신윤복의 부친)의 자모라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1976년 봄 봉속원전시회에 잠시 선을 보였으나 애석하게도 도록도 없는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은 보관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그려졌으나 채색이 좀 특이한 데가 있다.「에콘 쉴레」의 모자상에서 화려한 색깔을 빼버리고 만 그림 같다고나 할까. 단백하면서도 흰 신묘하게 흰 색깔로 입체감을 살짝 보여 주는데 나는 여기서 구원의 여인상을 본다.
가톨릭 신자들의 성모 공경 도리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는 이들에게 나는 곧잘 내 멋대로「영원한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한다」는 천사들의 합창으로 괴테의 파우스트의 이부가 끝나는 이유를 아느냐고 반문한다. 보살이 없는 석가여래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나는 석굴암에서 석가여래좌상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칠면관음보살상을 보지 않고(지금 보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석가여래좌상을 제대로 보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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