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그리스도왕주일 대축일의 전주일을「평신도의 날」로 설정하고 행사해온 지 이미 해를 거듭해왔다. 이날에는 대개 포스타를 붙이고 강론을 하고 평신도 활동을 위한 헌금을 거두는 것이 연례행사
로 되어온 것 같다.
교회가 평신도의 날을 특별히 정한 것은 평신도의 사명을 강조하여 그들로 하여금 평신도 사도직의 책임을 자각, 실천토록 하고 한편으로 교회당국 즉 성직자들로 하여금 평신도의 능력과 책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적극적 활동과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근본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제2차「바티간」공의회의 교회의장의 가르침에 따라 몇 가지의 문제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는 평신도 칙의 문제이다. 평신도는 먼저『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평신도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평신도는 교회 안에 어떤 위치에 속해 있는가, 또 평신도는 사회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자기 자신의 존재이유와 생활방식을 의식하고 자각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교회헌장은『평신도의 특별한 사명은 평신도를 통해서만 교회가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있는 그 장소와 환경 속에 교회를 현존케 하고 활동케 하는 그것이다.…그러므로 모든 평신도들은 하느님의 구세 계획이 언제나 어디서나 모든 사람에게 보다 보편적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할 빛나는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능력과 시대의 요구에 따라 평신도들도 교회의 구원사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이 넓게 열려 있어야 하겠다』(33)고 언명하고 또 이어서 평신도사도직교령은 제1장 2항에서 다음과 같이 부언하고 있다.『평신도들은 세속에 살면서 세속 일에 파묻혀 있는 것이 평신도의 특징이므로 그들이야말로 그리스도교적 정신에 불타며 누룩 같이 되어 세속 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이상에서 볼 때 평신도의 독특하고 고유한 사도직의 사명은 가정 직장 일반사회 등 세상 안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증거하는 표지와 도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평신도들이 아직도 교회의 사도직은 성직자나 수도자의 전문 직무이고 평신도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으로 잘못 알거나 또는 평신도사도직은 마치 교회 안의 운영 면에 참여하거나 성직자에 협조하는 것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물론 교회 안에서의 이와 같은 활동도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평신도의 고유 사명은 자기가 처해 있는 세상 안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복음의 전파자가 되고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 문자 그대로의 누룩과 소금과 빛의 구실을 실천하는 데 있다는 것을 백 번 명심해야 하겠다.
다음은 성직자 측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교회헌장은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거룩한 목자들은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지니고 있는 품위와 책임을 인정하고 향상시켜 줄 것이다.
기꺼이 그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그들을 믿고 교회에 봉사할 일들을 그들에게 맡기며 행동의 자유와 여유를 그들에게 남겨줄 뿐 아니라 오히려 자발적으로 일을 착수할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다. 평신도들의 창의와 요청과 소망을 자부적(慈父的) 사랑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존중할 것이다.모든 사람이 현세 국가에서 누리고 있는 정당한 자유를 사목자들은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37) 여기서 한국 교회 사목의 대체를 볼 때 아직도 성직자들의 평신도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전기 교회헌장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성직자는 마치 평신도들을 미성숙자처럼 생각하고 이들을 보호지도하는 입장을 취하면 전통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신도에 대한 인정과 존중보다는 권위 지배의 기풍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음을 종종 볼 수 있다.
성직자는 물론 령적 부면에 있어서는 평신도를 교도할 특권과 책임이 있다. 그러나 평신도들의 세속적인 전문 지식과 경험에 대해서는 그들의 인격을 인정하고 또 교회 안에서도 세속적인 경험과 전문 지식을 평신도들로부터 기꺼이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하겠다.
끝으로 평신도들은 성직자에 대해서는「성무를 수행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대행하는 성직자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결하지 말 것」이며 또「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거룩한 목자들이 스승과 통치자로서 교회 안에서 결정하는 사항을 그리스도교적 순종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겠음」(교회헌장 37)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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