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의 암은 진주라는 아름다운 보석을 낳아 인간의 장식욕을 충족시키고 있다. 조개보다는 수천만 배 우수한 인간인 우리들 인체의 암은 무엇을 낳아 인류에 기여할 것인지?
오늘도 많은 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실에 몰려온 것을 본다. 나는 일곱 살 난 내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위해 매일 같이 방사선 치료실에 오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한다.
말로만 듣고 의학 용어로만 알아온 암이라는 병이 이토록 종류가 다양하고 인체의 어느 곳에서도 기식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발달한 현대의학에 또한 놀란다. 방사선이라면 원자 폭탄을 연상케 하고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의 조직을 파괴할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을 가진 물질이라는 것은 나의 짧은 과학 지식으로도 알고 있다. 그러한 방사선이 암의 치유를 위해 인체에 조사된다는 것을 알고는 아연해질 뿐이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고도의 발달된 과학 문명 속에 살고 있고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다고들 한다. 땀 흘려 일하는 자에게만 거두어지던 수학을 비웃듯 어디나 버티고 있는 기계만능 또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 우리들 주변은 날로 편해지고 찬란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삘딩마다 수없이 늘어나는 병원 간판과 병원 복도마다 꽉 찬 환자의 행렬 속에서 그에 비례하는 질병의 증가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람이 사는 동안 희노애락의 무수한 고비를 겪지만 질병의 고통은 인간으로 하여금 생사 기로를 헤메이게 하는 절망의 순간들을 체험케 한다. 나 또한 내 아들의 투병으로 많은 절망의 순간들을 겪어왔으니 말이다. 방사선 치료실에 몰려온 암 환자들은 육체적인 아픔과 정신적인 소외감과 타산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적인 여건들로 하여 대화를 잃고 있다. 나는 그들의 굳은 표정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한다. 저들을 절망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스위치를 눌러 움직이는 방사선 치료실의 기계도 아니며 시간 맞추어 먹어지는 약물의 위력도 아니라고 본다.『가장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그들을 쉬게 하리라』하신 그리스도의 복음, 그 복음적 위안이 그들을 절망으로부터 구하고 투병의 긴 날 속에서도 희망을 안게 해줄 것이다. 우리 가톨릭 교회도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해 많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사선 치료실의 환자들에게도 복음을 전하여 고통을 이기고 주께서 그들을 위해 마련한 축복의 자리를 일깨워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어린 빈첸시오를 육중한 기계 아래 그 차거운 금속 베드 위에 홀로 눕혀두고 치료실 문이 닫히면 참으로 형언하기 힘든 참담한 심정이 되곤 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삶에의 허무감이 이 순간처럼 절실한 적도 없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가동되는 기계 앞에서 끝없이 기도의 말을 외우며 고통 중에서도 생명의 준엄함과 삶의 의지를 강하게 느기며 환한 희망의 념이 생긴다.
교회의 모든 형제들이여! 우리 모두 주의 이름으로 방사선 치료실의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짧은 기도의 말이라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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