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도직 활동이 활발한 성당들. 우선 게시판부터가 다채롭다. 학생 청년 부녀 장년들의 모임을 알리는 광고, 연수회 피정 봉사활동을 안내하는 포스타, 본당 행사를 공지하는 각종 공고문….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교회의 대축일이 다가올 즈음이면 이 다채로움은 극치를 이룬다. 포스타를 그리는 솜씨도 늘어 수준급 이상의 작품(?)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눈길이 가고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고 게시판에 나붙은 공고문이 다 그건 것은 아니다.
그 중에도 가장 눈길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작은 종이에 펜글씨로 쓴 혼인 공시가 그것이다. 흔히 깨끗한 종이와 노리끼한 종이가 뒤섞여 있어 더욱 꾀죄죄해 보인다. 일부러 가까이 가서 게시판을 검사하듯이 들여다보야야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이래서는「형식」에 그칠 뿐 공시효과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혼인공시를 본당 주보에 게재하는 본당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법도 역시「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이동이 뜸한 시골본당이면 그런 대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본당에선 그런 식의 공시는 효과가 거의 없다. 도시로 집중되는 이향자들은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뻔질나게 이사를 다니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향자 사목부까지 생겼지만 이향자의 현주소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단다. 그 정도로 본당 신자끼리 서로의 사정을 잘 모른다. ▲한편 교통시설도 옛날과는 달리 크게 발달되었다. 그래서 전국이 일일 생활권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혼인공시 같은 것은 일일 생활권을 의식하고 해야 하게끔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형식적인 방법으로는 혼인공시가 본래 의도하는 바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공시된 사실조차 모르는데「혼인해서는 안 될 무슨 사정」을 어떻게「주임신부에게 알려」주겠는가.▲혼인공시는 만에 일이라도「무슨 사정」이 있을 경우를 대비하는 뜻도 있지만 청첩의 의미도 있다. 가정의례준칙에 따르면 청첩장은 발행하지 못하나 신문 광고는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혼인공시는 신문 광고란을 이용함이 시대 사정에 걸맞는 처사가 될 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혼인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경사를 전국의 형제자매들에게 알리고 무언의 축하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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