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바티깐」공의회가 굳게 닫혔던 교회의 창문을 열어젖힌 이래 성직자와 평신도에 대한 재교육의 필요성이 해가 갈수록 세차게 강조돼 왔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각종 세미나와 연주회 강좌 또는 피정이 어디서나 점점 빈번하게 마련됐고 그 방법도 현대생활에 적응시켜 거듭 보완하거나 개발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주 본보 3면 머리 기사에는 서울 이문동본당이 74년 2월부터「독립적인 방법」으로 신자 재교육을 실시한 결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쇄신되고 본당 활동에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정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되었다.
서울대교구 내의 상당수 본당뿐 아니라 수원ㆍ청주교구로까지 파급되고 있는 이「독자적인 방법」은 김원경씨(꾸르실료 조직부장ㆍ전 서울 농대 교수)를 비롯한 평신자들이 본당 신자 재교육을 위한 자체 피정을 실시하기 위해 당시의 본당 주임 최창정 신부와 더불어 창안한 것이었다.
꾸르실료와 그리스도 공동체 묵상회도는 성령세미나를 거친 이들 평신자들은 본당 피정 3개월을 앞두고 주임신부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와 연구를 거듭하면서 수 차례 발표회를 갖고 9일기도까지 바쳤다고 한다.
이「독자적인 방법」에 의한 피정은 마치 꾸르실료의 축소판 같은데 평신자들이 본당 신부의 협조를 받아 자발적으로 피정을 준비 진행하고 강론까지 한다. 한마디로 사제들만이 하던 피정 지도를 평신자들이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피정은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전에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고 3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심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방법을 창안할 당시에 주임신부가 전통적인 성직위주의 제도적 장치에 폐관돼 있었거나 평신 지도자들을 어린이 취급하는「권위」에 집착하여 평신자의 자율성과「십자가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했던들 이 방법은 결코 햇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본당 피정」또는「화해 쇄신을 위한 크리스찬 생활의 연수회」라 불리우는 이 독자적 방법에 의한 신자 재교육은 지난주 평신도의 날에도 서울 성수동본당과 이문동본당 등 몇 개 본당에서 실시됐다.
보도된 바와 같이 이러한 자발적인 자체교육의 결과 신앙생활과 본당 활동에 소극적이던 본당의 분위기가 일신, 신자들의 신심이 깊어지고 사도직 활동에 적극적이며 이웃돕기 등 사회참여활동이 활발해졌다. 동시에 주일학교와 본당 운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서울 이문동의 경우 7만 원 선에 머물렀던 주일 헌금이 17만 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같은 자체교육이 성공하는 비결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생활 감정이 직통하고, 같은「교우」의 자발적인 봉사로 진행됨으로써 어떤「권위」에 대한 이질감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가르치는(敎) 모임(會)인 교회가 지금까지 가르치는 임무를 소홀히 해온 탓으로 웬만한 교육이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다. 교육하는 평신자들은 가르치는 가운데 스스로 배우기도 하고 주임신부로부터 지도를 받는 기회도 많아져 교육의 회수가 늘어갈수록 자기 발전도 한다. 피정을 마치면서 교육의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가톨릭시보와 경향잡지 등 교회 출판물 구독 신청을 받는 것도 바람직한 착상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교육 방법은 본당 규모로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고 강사료나 부대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재교육의 방법은 이 같은「본당 피정」뿐이 아님은 물론이다. 꾸르실료와 그리스도 공동체 묵상회 성령세미나 성서연구모임 각종 세미나 각종 강좌…등등 여건과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재래 방법들이「본당피정」의 모체이며 계속적인 보완의 원동력이 됨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신자 재교육은 실시돼야 하고 또 계속돼야 한다.
「본당피정」이 성공적으로 실시되는 것을 보면 평신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 내용과 방법은 항상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하므로 성직자들은 그 방향을 잡아주는 일을 잠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신자 재교육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구태의연한 주입식 교육의 방법을 고수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 성직자들은 신자들의 의식구조의 변천에 민감히 적응, 소위「먹혀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문동본당의 사례에서 우리는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교회 발전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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