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안의 냉담생활에서 성당으로 되돌아오게 된 이유의 하나는 세속과 다른 분위기에서 숨김 없는 대화로 하느님과 가까와지기 위해서다.
어릴 때는 맹목적인 신앙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뿌리를 내리고 든든한 기초 위에 일생을 착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려니 모르는 것도 많아 간혹 질문의 화살에 체계적인 답변이 궁해 엉거주춤할 때는 묻고 공부해야겠다 생각한다. 난「모른다」는 서두가 붙어 청년회도 어머니회도 가입 못하는 것이 아니고 가입 안 하는 나에게 대화의 상대자는 자연히 한 시간 내내 쳐다보는 신부님께 초점이 간다. 난 직업이 늘 바빠서 미사시간 이외에는 못 나가고 나가서도 아는 분도 별로 없다. 신앙과 인생관과 나의 생활에 대해서 선생님으로서 선배로서 어버이로서 의논과 토론과 많은 대화에서 나의 신앙이 다져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크리스찬 중에도 간혹 자살자가 있다.
그네들이 절친한 대화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신부님과 신자와의 사이에 어떠한 이유이든 거리를 둔다면 의지력이 약한 세속의 남성과 어떤 면에서는 다를 것이 없지 않나 생각된다. 본당을 가지고 있는 신부님들이 신자들과의 각별한 대화에서 주저함이 없을 때 본당의 발전과 성직자에 대한 존경심이 더할 것으로 안다.
신자들이 신부님을 볼 때 젊은 신부님이든 늙은 신부님이든 가장 어려운 분이면서 가까운 분으로 볼 때 즐거워진다. 만에 하나 처음부터 어떠한유혹이 있을까 젊은 여성에게만 대화를 피한다면 종교를 알 듯 말 듯한 사람에게는 실망이 앞서고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고 본다.
종교라는 신성한 이름 아래 이뤄어지는 어떠한 악도 허락할 수 없다. 일주일의 모든일이 난 성당에서 잠시나마 반성하고 좀 더 착해지고 남을 위해 살기를 바란다.
어릴 때부터 신부님을 무척이나 존경하고 사람이 아닌 신으로만 보아왔다. 무더운 더위에도 몇 겹이나 입으시고 연신 얼굴에 손수건을 갖다대며 겨울에는 얼어붙는 손을 들어 미사를 드리는 모습은 거룩하고 성스럽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안식을 찾고 싶다.
내가 젊은 여자이기 때문에 대화의 담을 쌓는다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을 날씨만큼이나 쓸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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