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무엇인가 항상 구하고만 있다.
그런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무언가 더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항상 안타까와 한다.
즉 욕망은 한이 없다고 하겠다.
이런 중에 나도 언제나 주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보면 그 많은 드릴 말씀을 다 드려본 적이 없다.
사노라면 기쁜 일보다는 안타까운 일이 더 많기만 한 인생이지만 나는 실망 같은 것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구하면 주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생활의 지침으로 삼은 이상 실망 같은 것과는 인연 맺지 않으리라고 자신에게 다짐해가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은 더욱 삶에 자신이 선 것이다. 다름 아니라 많은 남매들 중에 내가 교우집에 출가해서 신자가 되었다.
처음엔 서로 나의 신앙을 방해를 했으면 했지 어느 형제도 동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마음을 푹 놓고 내 부모 형제들을 구해 주시라고 주님께 항구히 기도 드려왔다.
주님은 드디어 나의 기도를 허락하셨다. 몇 년 전에 아버지께서 주님을 알고 가셨고 살다보면 이 형제가 또 한참 살다보면 저 형제가, 이렇게 주님은 차례차례 불러주시더니 이번엔 내 바로 밑의 동생 다섯 식구를 모두 부르셨다.
몇 년 만에 볼 일이 있어 부산 동생 집엘 왔더니 가족 모두가 성당엘 다니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도 주님의 은총이 또 내리셨구나 하고는 감사기도를 드렸다. 다섯 식구는 지난 성모승천 때 가야본당에서 영세를 받았다. 나는 성당 뒷켠에 앉아서 주님은 때가 있고 절대 구하는 자에겐 인색하지 않으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이제 한 동생 다섯 식구가 준비 중이니 머지않아 나의 십남매는 모두 신자가 되고 거기 따른 가족까지 합치면 한 본당(?)쯤은 구성할 것 같다.
그 중에 내 아들이 착한 목자가 되는 날을 상상하면서 순진한 소녀처럼 천상 꿈 속에 잠겨본다. 앞줄에서 동생 네 식구가 차례로 첫 영성체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콧등이 시큰함을 느꼇다. 아마 앞으로 좀 유명할 것 같은 동생 남편을 바라보면서 더욱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신앙의 세계에서는 거의 생소한 사람이기에 다음에 좀 더 교리를 배우고 준비를 해서 혼자 영세하라고 했으나「사오로」가「바오로」가 되어 그렇게 유명한 사도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며 자기 본명도 바오로로 영세를 주신다면 자기 역시 사도가 되겠노라고 신부님께 사정을 해서 신부님은 후하시게도 가족적으로 영세의 영광을 베풀어 주셨다.
내 앞에는 많은 복잡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 걱정이 없다. 주님께선 그 많은 착한 형제들 중에 나도 끼워 주셨으니 내 무슨 걱정을 할 것인가. 틀림없이 내 아들은 착한 목자가 될 것이고 나의 평범한 소망은 이루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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