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갖고 나오세요』우체부 아저씨의 소리가 들린다. 누가 무엇을 보냈기에…』서랍에서 부지런히 도장을 찾아 나가니『가톨릭시보사에서 왔군요』하면서 봉투를 내어준다.『가톨릭시보사요? 무얼까』입으로 뇌이면서 손은 봉투를 뜯고 있다.
천 원짜리 소액환과 영수증이 한 장. 나에게 돈이 오다니 어쩐 일일까? 영수증 품명을 보니『독자차지』라고.『어마、그때 그것이 실렸더니 돈이 왔네』
보잘 것 없는 내 글이 시보에 실렸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가슴을 들뜨게 했었는데、그 감격도 다 가셔버린 지금 고료 천 원이 오다니、고료가 있는 줄도 몰랐고 또 고료 같은 것을 생각하고 보냈던 글은 아니었는데…
돈이 생겼으니 써야 하겠는데 이 값진 돈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액수가 문제가 아니지 주일 헌금을 낼까? 아빠랑 아이들에게 과일을 살까? 신부님 담배도 한 갑 사드리고 싶고 돈 천 원이 이천 원으로 삼천 원으로 더불어서 쓸 곳이 한없이 나온다. 저녁에 아빠에게 자랑을 했더니『우리 마누라 다시 봐야겠는데…참외 먹고 싶다고 했으니 사다 먹지』하신다.『아냐 이렇게 귀한 돈을 내가 쓸 수는 없지. 좀 더 값지게 쓰고 싶은 걸』그런 대로 며칠이 지났다. 우유 장사를 하다가 그 어떤 실수로 사업이 아주 망해버린 집이 있었다. 그 통에 심정을 끓이고 밥을 안 먹은 애기를 갓 낳은 엄마가 젖이 아주 끊겼단다. 애기는 우유를 사먹일 수밖에는…사업을 못하니 엄마 아빠가 냇가에 나가서 자갈을 채취해서 겨우 연명을 한단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요사이는 해놓은 자갈이 잘 안 팔려서 돈이 안 들어와 우유 사 먹이기도 아주 어려워 한 나절씩이나 물만 먹였단다. 우유한 통으로 사흘밖에는 못 먹인다 하지만 이 아기에게 우유를 사 주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 주일 우유 사 주고 남은 돈을 헌금에 보탤까 아이들을 위해 쓸까、좁은 소견으로 한참 망설이다 헌금에 보탰다. 마음이 가벼웠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께 시보를 찾아 펼쳐보니 아! 이게 웬일인가、그 다음번 보낸 원고가 또 실렸지 않은가! 바치는 만큼은 주신다는 주님의 진리를 몸으로 깨달았다.『주님 감사합니다』속으로 뇌이면서『요번 고료로는 신부님과 아이들에게 복숭아를 사야지』저절로 가슴이 부풀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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