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사랑하느냐』이 말은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신 말씀이다. 성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의 마음을 모르실 리 없다.
그런데도 세 번씩이나 같은 질문을 하시면서『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을 잘 돌보라』고 당부하셨다. 세 번째 묻자 베드로는 슬퍼졌다. 예수님이 자기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어찌 재차 같은 질문을 할까 하고 베드로는 슬퍼진 것이다. 사제가 되기까지 우리는 세 번만이 아니라 수백 수천 번 같은 질문에『네 주님 부족하오나 당신을 세상 모든 것보다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정받고 사제가 된 셈이다. 그리고 사제생활 전반을 통해 신자들에게「우리는 당신들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자부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연 사제들은 다른 신자들보다 주님을 더 사랑할까? 그렇다면 예수님 당부대로 양들을 잘 돌보는 목자여야 하는데…베드로의 마음을 확실히 아시는 예수님이 세 번씩이나 다짐하시고 재삼 다짐하는 물음에 슬퍼까지 한 베드로는 예수님 사랑에 순교까지 했고 그것도 예수와 같은 모양으로 십자가에 못 박으려는 로마 군인들에게『나는 부당하니 거꾸로 못 박히겠다』고 했다. 우리는 베드로의 후예들이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살고 있는가. 베드로가 약속을 지킨 것은 명을 바쳐 자기에게 맡긴 양들을 돌봤다는 것이다.
요즈음 가끔 어떤 본당 신부들의 영명축일 행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물론 성직자의 영명축일을 맞아 서로 오가는 인정은 어떤 의미로는 동양적인 미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위 일부 유력 인사들과 어울려 그날을 자축하는 동안 그 자리에 어울릴 수도 없는 보다 많은 가난한 신자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진정 마음으로부터의 축하는 먹혀 들지 않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또한 성당 벽을 사이에 둔 영세민들은 그날의 끼니마저 해결하기 힘든 실정인데도 이 사람들에게는 평소 별 관심조차 없는 신자는 없는가.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살피라고 당부한 바로 주님의 양들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몰라주고 큰 정의는 이루어지리라고 보는가.『추수한 밀밭에 이삭을 줍지 말라. 그것은 나그네의 것이니라. 거두어들인 포도밭을 다시 뒤돌아보지 마라. 남은 것은 가난하고 불쌍한 과부들의 생명을 위한 것 이니라』성경 말씀이다. 이삭은 줍지 않고 포도밭에 남은 것은 고사하고 포도밭을 송두리째 빼앗는 행위는 없는지. 작은 생활 근거지마저 교회를 위해 바치라고 강요하지나 않는지. 우리는 흔히 교회를 빙자하고 교회 재산이란 명목으로 가난한 형제、주님이 맡긴 양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 예수님이 싫어한 사람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행여나 우리 생애에 알게 모르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행위가 젖어 있지나 않은지 반성할 일이다. 또 교회 재산이란 것도 그렇다.
그것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물려준 땅이나 집이나 아닐진데 전부가 가난한 신자들이 봉헌한 것이다. 누가 객인가. 국가가 국가의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가가 영세민을 돌보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면 교회에 있어서야 두말해 무엇 하겠는가. 처음부터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겼고 이 세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행여나 우리는 엉뚱한 데 골몰하면서 정말 해야 할 일에 등한히 하지나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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