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가까와오면「불우이웃돕기」란 말이 제법 매스콤을 탄다. 전국의 모든 교회에선 제각기 따뜻한 사랑이 손길을 편다. 정부에서도 이웃 돕기를 한층 강력하게 권장한다. 그러나 지금가지 이 이웃 돕기는 일시적인 동정으로 끝나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흔히 도움을 받는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은 데서는 별로 달갑지 않는 기색까지 보이며 불만을 표시한다. ▲이보다 더욱 걱정되는 현상은 일반 시민의 무관심이다. 어쩐지「불우이웃돕기」란 말이 허공에 뜬 메아리처럼 어줍게 들린다는 표정들이다. 생계 유지가 힘겨운 탓도 있을 것이다. 하긴 도시 근로자의 생계비에 미달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정이 80%가 넘는 현실에선 그럴 것 같기도 하다. 소득 불균등이 심화되면 될수록 인심은 각박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득의 분배제도에 무언가 큰 잘못이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제벌 특혜」니「권력형 부정」이니 하는 말은 흔히 들어왔지만 빈부의 격차를 요즘처럼 피부로 느낀 때도 없었다. 그래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하면『나도 불우하다…』하며 되레 울상을 짓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반발심은 사유 재산들이 공동선과는 거리가 먼 방향에서 남용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고 듣는 데서 더욱 커지는 것 같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이용하도록 창조하셨다」따라서 아무리 사유 재산이라도 진정한 의미에선 사유물이 아니라 공유물이다. 이 같은 재화(財貨)의 보편적 목적성과 사회적 성격이 무시되는 사회에선 참된 이웃 돕기가 있을 수 없다. 거기엔 오직 탐욕과 약육강식, 나아가 증오에 의한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우려만이 항상 잠재할 뿐이다. ▲모든 재화는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사물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것이요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흔히 로마서 13장을 인용하여「세상의 모든 권위는 하느님께서 세워 주셨기 때문에」복종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그 권력도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사유물일 수 없다. 그것 역시 하느님의 것이요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와 반대되는 사상이 바로 공산주의 사상이다. 불우이웃돕기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요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사상에서 출발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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