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는 순교자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들의 유덕을 복 받고자 하여 특별히「순교자 성월」을 설정했다. 이「순교자 성월」의설정은 한국교회의 순교전통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었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나가며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마음의 다짐이 이기도 했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이 자부심과 다짐을 새롭게 하며 여러 행사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의 순교자 성월은 한국 성인들이 탄생한 이후 세 번째로 맞이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에 여기에서는 한국 성인들을 현양하기 위한 한가지의 방법으로『우리의 성인을 우리의 주보로』모시는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한다.
우리 교회는 성인들의 모범을 특별히 본받고 그들의 도움을 간구하기 위하여 국가나 본당 등에 주보(主保)를 정해서 받드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전통에 따라 우리나라의 교회에서는 교회창설 이후부터 요셉성인을 주보로 모셔왔다. 그 후 순교성인 앵베르주교가 조선교구의 주보로「무염시태의 성모」를 새롭게 받들고자 하여 이의 승인을 로마교황청에 요청했다. 그리하여 1841년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요셉성인도 계속해서 주보로 함께 받들라는 조건으로 한국교회의 요청을 승인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교회는 요셉성인과 성모 마리아를 모두 주보로 모시게 되었다. 이렇게 한 나라 뿐만 아니라 각 본당들도 자신의 주보를 받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성인이 시성된 이후 한국 성인을 주보로 받드는 본당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만 만족할 수 없다. 이미 다른 성인들을 주보로 모신 본당이라 하더라도 한국 성인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많이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한국 성인들을 본당의 제 2주보로 받들기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는 교회의 전통과도 합치될 수 있는 일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한국교회에 두 분의 주보를 받들도록 했다. 그렇다면 한 본당에서 두 분의 주보를 받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각 본당마다 자신의 주보로 한국 성인들을 받들게 되면 신도들의 순교자 신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신도들은 한국성인의 행적에 관해 특별히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신도들은 한국 성인에 대해 좀 더 친근감을 갖고, 그들의 도움을 간구하며, 그들의 모범을 따르게 될 것이다.
순교자에 대한 신심은 박해시대 이래 우리교회의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이 신심은 순교자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 이 세상을 변혁시키고자 했던 운동이었다. 이 운동을 새롭게 하기위하여『우리 성인을 우리주보로』모시고자하는 노력이 구체적으로 시도되어야할 것이다. 이는 순교자의 정신을 신도들에게 심어주고 순교자 신심을 고상히 여기던 우리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갱신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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