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솝 우화가 있다. 동물의 왕자인 사자가 나이를 많이 먹어 병을 앓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짜증을 잘 내는 사자를 달래기 위해 산에 사는 짐승들은 앓아 누운 사자를 찾아가서 병문안을 드렸다. 저녁때가 되어도 찾아오지 않는 건 여우뿐이었다. 이리는 늦도록 기다려도 여우가 찾아오지 않는 걸 알자 사이 나쁜 여우를 혼내주려고 사자에게 여우란 놈이 왕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병문안을 하러 오지 않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자는 벌컥 화를 내면서 냉큼 여우를 잡아 대령하라고 불호령을 내리는 순간 때마침 여우가 들어왔다. 늦게 온 여우는 밖에서 동정을 살피다가 이리가 사자에게 하는 말을 다 듣고 들어왔다. 여우가 들어오자 이리는 좋아했다. 이리는 사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효과가 있어서 여우가 혼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여우가 벌벌 떨고 늦게 병문안 온 이유를 변명하면서 겁에 질린 모습을 기대했으나 여우는 전연 딴판이다. 여우는 자기가 늦게 온 이유를 이렇게 둘러댔다. 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세상에 좋은 의원을 다 찾아다니며 시간을 없앴단다. 그런데 여우의 말이 왕의 노환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리의 가죽을 벗겨 몸에 두르고 하루만 자고 나면 즉시 낫는다 했다. 그 말을 들은 사자는 병이 낫는다는 말에 혹해서 이리를 당장 죽여서 가죽을 벗기라고 명령했다. 여우가 미워 혼을 내주려다 도리어 이리는 죽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남에게 숨기고 싶은 일이 있거나 자기의 욕망을 감추려 할 때 으레 엉뚱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빙자하는 수가 많다. 그리고 교활한 인간은 남도 곧 교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잘 자기 꾀에 자기 신세를 망치는 수가 많다.
사회에서는 흔히 그렇다고 들었다. 허나 교회 내부에서도 이런 일이 없다고만 할 수 있겠는지 온갖 수법으로 남의 약점을 상전에 꼬아바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몰락시키더니 결국은 자기도 불명예 제대하는 사람을 보았다. 역시 교활하게 남을 망치는 자가 목적에 달성하기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인간이 교활하게 되는 이유는 자기 욕망을 만족시키려는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보기에 믿음직하게 일하는 사람도 결국 어려운 시기에는 마각을 들어내고 만다. 누구나 그래야겠지만 공공기관의 사람은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친척 내 인척이기 때문에 보다 나은 사람을 물리치고 일을 그르치게 하는 수가 많다. 사람들은 흔히 겉보기에 공정한 것처럼 떠들지만 기회만 있으면 자기 인척이나 친척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공사를 어지럽게 한다.
그것은 어떤 기관도 한 가지다. 학교 병원 회사 공장 등 어떤 사업체나 공공기관의 장상이나 권력자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자기가 벌여놓은 일이나 인사에 추호라도 사가 끼었다면 하느님의 축복을 못 받을 것이다. 매사는 결정에 앞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고 또한 하느님 앞에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없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어느 기관이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토록 뒷받침해 주고 보살펴주는 일도 장상이 해야 할 큰 과제의 하나이다. 여기에는 모든 사람의 개성과 능력을 파악해야 되는 일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들의 편이 되어 그들의 입장에서 매사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마음 내키는 대로 자기 본위로만 생각한다면 교활한 이리와 여우의 싸움에 어리석게 속아 넘어간 사자의 꼴이 되기 십상이다. 다른 사람들을 거느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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