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주교구 금산본당 백암리 공소 준공 보도는 근래에 보기 드문 흐뭇한 소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4일자 본보 3면은 20여년이란 긴 세월을 보리 개떡으로 허기진 배를 졸라가며 줌살을 모아 20평 규모의 아담한 성전을 이룩했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가난한 농민、그것도 13여년의 끈질긴 정성들이 모이고 쌓여 결실을 보게 된 이 영광스러운 공소 준공에 먼저 뜨거운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
비록 가난하지만 우리의 성전은 우리의 힘으로 이룩해 보려고 힘차게 일어선 이들의 결의야말로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신앙을 찾아나섰던 초창기 한국 교회 선각자들의 신앙과도 비교될 수 있는 장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들어도 실현 가능성이 없을、우둔하기까지 한 이 길을 20여년이란 긴 세월 동안 이들은 꾸준히도 걸어온 것이다.
그동안 중도에 우여곡절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어려움도 이들의 결의를 꺾지는 못했다. 비록 적은 정성들이지만 이들의 간절한 염원은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저버리시지 않으리란 확신을 이들 형제들은 가졌던 것이다.
이들의 순박한 믿음이야말로『누구든지 구하면 받고、찾으면 얻고、문을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이를 행동으로 증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열절한 믿음을 주께서는 저버리지 않으셨다. 예상외의 동조자들이 이들을 돕겠다고 나섰는가 하면 그 모진 역경과 힘든 노력봉사 속에서도 한마디의 불평을 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이 지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장렬한 최후를 마친 순교 선열 윤지충의 뜨거운 피가 아직도 우리의 가슴에 힘차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도 할 수 있다.
백암리 공소의 준공은 또한 교회는 힘이 있고 또 돈이 있어야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경종이 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그리스도와 같은 길을 걷도록 불리운 교회는 가난의 정신이 충만되었을 때 약동하는 생명력을 볼 수 있고 이때 그 교회는 구원의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가난은 생명 있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활력소가 될 뿐 아니라 성자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교회가 가난하기 때문에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가난은 눈부신 내적 성장을 가져오고 알찬 신앙의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백암리 순박한 농민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차제에 우리는 평소 우리의 신앙 자세를 한 번 재반성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교회는 외국 선교회의 힘으로 육성, 발전돼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교회를 유지해온 재원의 거의 대부분은 외국 선교사들의 힘으로 충당돼왔다. 이는 아직도 복음의 싹이 깊이 뿌리박지 못했던 당시 사정으로는 피할 수 없었던 사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포교 2백주년을 눈앞에 둔 오늘날까지도 아직 이러한 구태의연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교회의 실정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이 될까?
자치 교구로 힘찬 출발을 한 한국 교회가 현싯점에서 완전한 경제적 자립을 이룩한 교구가 과연 얼마나 되는가. 아직도 대규모 공사는 설계에 앞서 의원 교섭부터 먼저 벌여야 되는가 하면 교회의 각종 자선사업은 거의 의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서글픈 실정이 아닌가.
교구장의 주요 업무의 하나는 의국기관ㆍ단체에 원조 신청을 하는 일이고 그 바쁜 틈을 쪼개어 낯선 의국에까지 나가 동정을 호소해야만 교구 살림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만 할 것인가.
1백만 한국 교세로 보나 또 중진국 대열에까지 오른 한국 경제 수준에 비춰 실로 안타까운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회도 하느님 백성 전원이 교회의 살림은 곧 나의 살림이란 인식을 갖고 각자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 한편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염원을 기필코 들어주실 것이란 확실한 믿음을 갖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숙원인 경제적 자립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닐 것이란 확신을 백암리 공소 신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희생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부여된 하나의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내 새 공소를 건립한 백암리 공소 전 신자들의 그간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아울러 앞으로의 공소 발전을 충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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