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살벌」하다는 말을 즐겨 쓴다. 분위기가「살벌」하다느니 인상이「살벌」하다는 등 정말 살벌하기 짝이 없는「살벌」이란 말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주 쓰여지고 있다. 하기야 각박한 세정 속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현대인들의 처절한 생존 경쟁의 한 단면을 표현하는 말로는 이 이상 적합한 단어도 없을 성싶다. ▲오늘날 도시화 현상에 짓눌린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하여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생활 분위기는 인간 상호간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허술하게 하고 또 소원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천박화 내지 인간애의 고갈이란 침제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소위 이 비인간화 현상이 심화되면 될수록 인간은 감추어 두었던 공격적 성향을 노출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물질문명이 낳은 비극의 하나다. ▲이러한 상황 속의 인간관계는 자연히 각박해지게 되고 각박한 인간의 이해관계가 얼키고 설킬 때 그 분위기는 자연「살벌」해질 수밖에 없다. 사소한 감정의 자극만 받아도 엄청난 결과를 저지를지도 모를 반목관계 속에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인간군상-이것이 어쩌면 물질문명의 발달에 정비례한 정신문화의 황폐화 현상 속에서 신음하는 현대인의 창백한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서의 공동생활은 그것이 아무리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본능적 생활방식이다. 이 공동생활은 곧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뜻하고 이 과정에서 상호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을 여하히 순화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적어도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살벌」한 대립의 관계가 아닌 이해와 사랑을 앞세운 대화의 방법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길이기 때문이다.
▲주께서는 애주애인의 계명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 사랑의 계명은 기독교 사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를 과연 얼마나 충실히 지키려 노력했던가. 하느님과의 종적인 사랑에만 마음을 쓰고 이웃 형제와의 횡적인 사랑의 실천을 소홀히 하고 있지나 않는지!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당신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어떤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그에게 가서 먼저 화해하라』고한 주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봐야겠다.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야말로「살벌」하지 않는 밝고 명랑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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