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지에서 마지막으로 나올 때의 일이다.
성당마당에서 그네를 타고 있던 빵 학년이 갑자기 달려와서는『신부님, 가는가?』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또 올랑가 안 올랑가?』하면서 내 손을 잡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저려와 대답을 선뜻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린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빵 학년을 말이다.
빵 학년이란 미취학 의 국민학교 1학년 밑의 0학년이란 뜻으로서 내가 즐겨 쓰는 애칭인데 그들은 거의가 나와 말을 놓고 지내곤 했다. 어른들은 그렇다고 꼬마들에게 눈 흘김도 자주 했지만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곤 했다.
한번은 그네를 타고 있는 꼬마친구에게 성당에는 그네랑 미끄럼틀이 있으니 신부님과 함께 사는 것이 어쩌겠냐는 유혹을 했더니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온갖 감언이설로 끈질기게 매달리자, 옆에 있던 여자 빵 학년이 더는 못 들어 주겠다는 듯이『신부님도 장가가지 그래요!』하면서 한마디 참견하는 것이었다.
내 생애에 어리석은 사건들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나는 왜 그렇게 더 작아지고 바보스러워 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도시본당에 온지 이제 석 달.
나는 아직도 이곳 빵 학년들과 말다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도시의 모든 분위기라는 것이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 같아서는 마당의 성모상을 하나쯤은 헐어서 그 자리에 놀이터를 만들었으면 좋으련만, 만일에 그랬다가는 마귀 신부가 왔다고 생난리가 날판이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어지럽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성당 안팎으로 몇 개씩이나 되는 당신의 성상이신가 아니면 당신의 어린 자녀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인가?
가끔 유치원 놀이터의 험악스런 울타리를 볼 때마다 어른들은 왜들 그렇게 우악스러운지, 유치원생이 아닌 꼬마가 놀기라도 한다면 그게 그렇게 아깝고 밸이 틀어진다는 것인지 공연히 민망스러울 때가 있다.
생각 같아서는 빵 학년을 데리고 데모라도 하고 싶지만 공연히 최루탄 맞을까 두려워 양심선언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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