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변함에 따라 인간의 생활양식이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앙생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발달된 문화의 혜택으로 모든 것이 간편하여지고 편리하여지고 있다.
말하자면「미사」시 사제의 제문도 라틴어에서 우리말로 바뀌었고 기도문도 간소화되었다.
즉 조석의 기도문도 짧아지고 장문의 암송에서 이해와 해독으로 영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신자들의 큰 본분인 일요일의 미사 참례도 신자들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의 오후 참례로 대체할 수 있게 되는 등 신앙생활도 현대화된 느낌이다.
따라서 천주교는 보수적이고 의식이 복잡하고 신자의 의무가 많아 영세받기도 어렵고 신앙생활을 하기도 어렵다는 푸념도 없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하는 태도와 관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옛날(삼국시대나 고려) 불교의 성격이 호국적이고 왕실적이고 현실 구복신앙으로 내세적인 경향이 외면되고 있었다. 과거의 천주교 신앙도 내세적인 관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자기의 가정의 변영과 무병과 영달을 기원하는 샤마니즘적인 경향이 많았다.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관념이 젼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참된 신앙의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40대인은 누구나 느낄 일이지만 어릴 때 신앙하는 태도를 보면 그 신앙하는 본심(양심)에서 우러나는 신앙의 태도보다 주어진 의무에 만족하였다. 즉 일요일의 미사에 결하지 않고 비록 정신은 다른 데 있더라도 삼종조과 만과 등을 결하지 않고 암송만 하면 열심한 신자로 만족한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저녁에 졸면서 가족과 함께 장문의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 필자의 한 예를 들어 보자.
우리 가정은 5대째이니까 오랜 구교우 집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신앙에 대한 어떤 진리의 이해보다 무조건 천주님을 믿으면 현세에서나 내세에서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신앙이었다.
그래서 매일 조석으로 온 가족이 모여 조만과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나의 중학 시절) 저녁 만과을 암송하는데 끝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을 좀 차려 보았더니 모두가 졸고 있는 상태로 열심히 기도문을 암송하고 있지 않는가?
그 암송하고 있는 내용인즉「계」와「응」이 서로 바꾸어 읽어야 할 것을 양즉이 모두「응」만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요즘「호칭기도문」에 있어서「후렴」인「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를 양측이 열심이 외고 있었다.
그러니까 만과를 밤이 새도록 하여도 끝이 날 리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이를 알고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지고 다시 시작하여 끝맺은 일이 있다.
이처럼 과거의 신앙은 정신은 다른 데 있고 기도문만 열심히 암송하는 태도에서 오늘날은 간편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고 또 정신을 쏟을 수 있으니 신앙도 현대화된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 신앙은 또 너무 이지적이고 이기적인 면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옛날과 같이 맹목적인 암송과 오직 의무라는 관념과 태도가 더욱 참된 생활일지 모른다.
신앙이란 모르니까 믿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믿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르는 자에게 영광이 있고 지자에게 슬픔이 있다고 성경에서 말씀도 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참된 신앙은 모르는 자 어리석은 자 가난한 자에 더욱 많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돌아간다는 것이 진리가 아닐까?
따라서 이 밝고 맑은 개명된 사회에서보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옛 원시인의 생활에서 참된 진리를 찾을 수 있고 하느님의 참된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사람은 더 이상의 지자가 되기보다 더 어리석은 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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