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기쁜 성탄을 맞이하여 전 교회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하기를 비는 바이다. 지나간 오랜 세월 모든 골짜기는 메우고 높은 산과 작은 뫼는 깎아내려 굽은 길이 곧아지며 험한 길이 고르게 되도록 준비하여 하느님의 구원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오늘 밤「베들레헴」에서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약속대로 이 세상에 탄생하신 것이다. 이때도 천사들은 목자들에게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고 또「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의 사랑 받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찬미하였다. (루까 2ㆍ8~14)
여기서 우리는 예수 성탄의 의의를 그 천사의 말에 따라 다시금 느껴보고자 한다.
그 첫째는 기쁜 소식이다. 구세주이신 예수의 탄생 자체가 더할 수 없는 기쁨인 것이다. 이 기쁜 소식을 전파하라고 천사들은 권하였다.
우리는 2천년 전의 이 역사적 사실을 오늘날도 계속 소리 높이 전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진정 기뻐해야 하고 또 이 기쁨을 남과 더불어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가 성탄절을 하나의 연례행사로서의 형식으로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즉 별로 기쁨을 느끼지도 못하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가. 따라서 그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일도 그다지 절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때가 되면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일반 사회적 행사에 따라 약간의 희사 행위는 하지만 그것도 진실로 하느니의 탄생을 기뻐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고 마지못해 하는 부담으로만 여기는 일은 없는가. 이러한 점을 마음 속 깊이 반성하고 2천 년 전「베들레헴」의 목동들처럼 천진난만한 기쁨으로 되돌아가는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
둘째는 하느님께 향한 영광의 찬미이다. 그의 아드님을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보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구세주 이 땅에 오시지 않았으면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구원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참으로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은 극치에 도달할 것이다. 하느님께 대한 영광은 하느님의 전지전능과 전선에 대한 찬미와 감사 이외에 또 다른 길은 없을 것이다. 이때는 구원의 때라고 했다. 이 성탄 시기를 구원에 대한 감사의 시기로 다시금 다짐했으면 한다.
세째는 지상의 모든 사랑 받는 사람들에게는 평화라고 찬미했다. 사랑 받는 사람이란 마음이 착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즉 마음이 착한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이 지극히 착하시고 자비하시기 때문에 우주 만물과 사람을 사랑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모습대로인 사람은 마땅히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 의무를 수행하는 자만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웃 사랑은 소홀이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만은 독차지하고 자라는 충동을 느끼는 때가 있다. 어쨌든 이웃 사랑을 보다 더 실천하여 하느님 사랑을 보다 더 풍성히 받도록 힘쓸 때이다.
끝으로는 평화에 관한 것이다. 예수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신 것은 하느님과 인류와의 평화와 인간과 인간과의 평화를 되찾게 하려는 데 있었다.평화는 진실로 예수께서 제자들에 대한 인사말로 쓰셨고 또 오늘날 우리들도「주의 평화」를 교회 전례상의 인사 교환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예수께서는 평화를 위하여 말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되는 행복을 누릴 것을 약속하시었다.「아씨시」의 프란치스꼬 성인도 그 유명한「평화를 구하는 기도」에서 우리 크리스찬의 생활 태도를 절실히 나타내고 있다. 사랑ㆍ용서ㆍ일치ㆍ신앙ㆍ진리ㆍ희망ㆍ기쁨 등이 다 평화를 가져오는 조건이 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보탤 것은 정의의 조항이다. 평화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의 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랑 안에 진리가 나타나야 하는 것과 같이 정의 안에 평화가 성취되어야 한다. 정의에 기초하지 않는 평화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 강생의 목적이 인류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함과 동시에 인류의 의화을 바라시는 뜻도 절대적인 것이므로 평화와 정의는 불가분의 한 가지 조건인 것이다.
금년의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특별히 천사들의 찬미를 본받아 기쁨과 감사의 사랑과 평화의 본뜻을 다시금 깊이 마음에 새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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