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학원에서 본원 교리교사 통신과 학생이면 필히 참가하여야 되는 정규 강습이 나흘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여비는 물론 수강비 숙식비를 비롯하여 변변치 못한 옷가지뿐이라 새옷 한 벌도 맞춰야 하고 또 애들 선물 사올 돈 등 그이의 한 달 봉급을 고스란히 써야 될 판이어서 결정 내리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러나 애초 교리교사 사도직을 열렬히 꿈꾸면서 내딛은 발걸음인지라 어떤 장애도 극복하여야겠기에 빚을 내어 다녀왔다.
이렇게 다녀온 지 한 달이 되나 보다. 나는 그동안 근심이 컸다. 진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그랬더니 하루는 주님이 내 마음에 이르시기를『나는 널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무덤에 장사 지낸 바까지 되었는데 너는 나를 위하여 빚 좀 진 것 가지고 무얼 그리 근심하느냐』하시었다.
이로써 더는 근심의 눈치를 보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약 그때 강습에 참가치 못했더라면 지금쯤 빚진 근심과는 비교도 안 될 그런 커다란 후회와 아픔에 짓눌려 있을 것이 틀림없다.
주님과 주님의 일을 크게 도우려는 나의 열정 어린 꿈.
참으로 나는 교회에 마음과 눈을 돌린 후에야 얼마나 만선의 주님이신지를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참 신앙 생활을 멀리하는 현모양처의 길은 공허할 뿐임을 깨닫게 하셨고 더욱 더 가정과 가사를 잘 돌볼 수 있는 힘과 길을 주셨으며 날마다 온 가족을 큰 평화로 이끌어 주시기 때문이다.
한 주부가 성교회를 위하여 무릇 수고와 희생을 기울일 때 그 수고와 희생은 가장 사랑스럽고 귀한 미사 예물이 되어 자신과 가정과 사회에 황금의 축복을 내리게 할 것이다.
나는 어렇듯 은 구리 아닌 황금의 축복을 누리기에 오직 믿음 하나로 젊음을 불사르고 싶다.
주 사랑의 대로로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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