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으로 일주일이면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지난 1년을 회고하게 된다. 참으로 빠른 세월이었고 인생의 무상함을 누구나 느끼게 되며 좀 더 진실하고 보람 있는 지난날을 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게 되리라.
그러나 세월은 불가역성에 있고 흐르는 역사의 수레는 막을 수 없다. 다만 미련과 후회가 없고 가치 있는 앞날을 보내야 하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다짐도 그때뿐.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어느새 또 한 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 같기도 하다. 이런 분주한 생활에도 연말이 되면 평소에 신세를 지거나 옛 스승님이나 동료들의 정다왔던 모습들을 연상하게 되고 소식의 연하장도 띄우게 되며 간단한 선물도 보내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미담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런 동양 고래의 아름다운 미담을 어느 누구 하나 싫어할 리 없고 반대할 자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에는 각자의 분수에 맞게 하여야지 과분한 선물의 인사는 받는 자와 주는 자의 부담감을 주어서는 안 될 줄 믿으며 오히려 실례를 가져올 수도 있다.
희랍의「델포이」신전의 대리석 기둥에「Gnothi Seauton」이란 글이 조각되어 있다. 이 말은 희랍어로서「너 자신을 알라」라는 뜻이다.
이것은 희랍의 한 현인의 말로서 성인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말을 우리 동양어로 풀이한다면 분수(分數)라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즉「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잘 알고 분(分)에 넘치는 일을 하지 말라」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처지라는 것은 자신의 형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이웃과 사회 나아가 나라의 형편도 지칭함은 물론이다. 참으로 이 말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 인간에게 감명 깊은 말이며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을 두고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안일하고 그릇된 윤리관, 그리고 회사는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는 아주 편리한 사고방식 등은 하루 빨리 시정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이것이 다름아닌 그리스도 정신에 배반된 일들이며 오늘날 정부에서 강력히 수행하고 있는 사회 부조리의 제거 요인들이다.
이제 묵은 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반성해야 될 일은 지난 1년간 우리는 과연 분수에 맞는 일을 하였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참으로 분수에 맞지 않고 과분한 일을 하였을 때 가정 생활의 파괴는 물론이요 사회 질서의 문란과 국가 발전의 장해가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우리는 이런 죄악들로 함께 깨끗이 씻어버리고 새해에는 분수에 맞는 생활로써 가정의 명랑화와 사회의 명랑화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정말 우리 사회에는 나라의 형편에 비해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자들이 많은 것 같다. 과연 6억이 넘는 호화주택이 우리나라의 처지에 맞는 생활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정말 기업의 공익성이 아쉬울 뿐이다.
새해에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그리고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고, 네가 슬퍼하는 곳에 나도 함께 슬퍼하고, 네가 웃는 곳에 나도 웃을 수 있는 밝고 맑은 아름다운 사회 건설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노력하여야겠다. 모든 악귀는 묵은 해와 더불어 말끔히 씻어버리고 활짝 웃는 새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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