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대하여 일가견도 없는 내가 수기를 쓴다는 것이 무척 쑥스럽다. 지나온 신앙의 입문을 생각해보고 더 나아가 새로운 삶을 성실과 타협의 바탕 위에 세워보고 또 지금 나의 신앙을 꼬집어보고 발로 차보는 것도 생활에 대해 한없는 애착과 존경을 갖는 네겐 좋은 일이리라.
역촌동 산 중턱 하얀 집 시립 서대문병원、모든 전염병은 이곳에 포화된 듯싶다. 결핵이라는 갈기갈기 찢기운 마음과 낡아빠진 육체를 끌고 이곳을 찾아온 것이 무더운 어느 여름 날 소낙비가 한 줄기 뿌리고 가슴 속의 열기가 맴도는 철이었다. 그때 나는 신앙이란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또 30 고개를 향해 달리는 당시로서는 그렇게 심장이 무디어 방향감각마저 잃었었다. 있다면 희미한 코흘리개 추억이 있다.
그때 신앙의 정의는「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것」만으로 신앙의 정의는 족했다고 할까.
어느 날 한 무더기의 환우의 무리(나중에 알고 보니 공소 신자들)가 내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남자가 먼저 들어오고 또 그의 뒤를 이어 예쁘장한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그 중 아름다운 한 아가씨가 미소로써 내게 접근해왔다.
신앙의「信」자도 모르는 내겐 그것이 여간 고맙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그곳의 무례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잘 보내보려고 열심히 성당에 나갔다. 그러나 역시 시원치 않아 1달가량 쉬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또 개신교의 교인이 나를 인도하게 되어 개신교 교회에 나가 1달가량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또 머리를 숙일 때마다 졸음이 나의 두 눈을 찾아줘 기도를 드릴 수가 없었다.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한 나는 또 한 달을 그냥 아무 교회도 나가지 않고 무료하게 보냈다.
그런데 한 가지 떠오르는 직감이 있었다. 그것도 들은 풍월이지만…즉 한 방에 있는 가톨릭ㆍ개신교 신자들의「영생」이니「하느님」이니 하는 말이었다. 그러자 한 방의 두 파의 신자들은 서로 나를 끌어가려고 무섭도록 추파를 던져왔다. 한 달 가량 계속되던 그 추파는 결국 진공상태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그때 나는 그 떨어진 진공상태 속에서 나대로의 새 결론을 얻게 되었다. 양쪽 측근들은 나의 입만 열리기를 기다렸다.
결국 나는 가톨릭 교회에 나가기로 했다. 신앙이 무엇이며 하느님이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사색을 맛볼 줄 아는 내겐 적성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뭔가 조용하고 웅장한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얼마동안 나는 하느님 나라의 보물이 밖으로 유출될까봐 가죽으로 묶고 쇠사슬에 채여 끌려가듯 그냥 계속 끌려갔다. 두 달을 빠지지 않고 나간 후 영세를 받게 됐다. 마치「영세」라는、두 글자가 나의 가슴에다 대못으로 못질하는 듯했다.
영세식을 할 때 신부님께서 내 코끝에다 기름을 디민다. 가슴 속에 불덩이가 튀기는 듯했다. 하느님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희미하게나마 그동안 겪은 체험이 나를 신앙으로 싹 트게 한 것이다.
그런 후 또 얼마 후 나는 견진성사로 또 한 겹 흰 옷을 갈아입게 되었다. 그때 무엇인가 내 뇌리를 크게 때리는 것이 있었고 느낌 또한 컸다. 이왕 시작했으니 뒤지긴 싫은 성미다. 컴컴한 도서실에서 나는 마구「신앙의 책」을 파먹는 벌레가 되었다. 다행히 5백 권 정도의 신심서적이 도서실에 있었다. 비록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책들이었지만 난 보물을 발견한 듯 신기하여 마구 읽고 또 파헤쳤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얼마나 다행스럽고 복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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