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리는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의 구교정을 앞에 둔 동숭동의 가난한 빈촌이다.
그 습한 반대여론 속에 당국의 강행으로 구교사가 철거되고 요즈음은 그 택지 위에 호화주택의 건축이 한창이다.
문리대의 구교정에서 동숭동을 바라보노라면 고지대에 세워진 거칠고 빈약하기 그지없는 서민아파트와 움막 같은 구옥들이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당초에 주택공사의 택지 조성 발표가 있자 그 무모하고 단순한 정책 입안자의 무지와 졸견에 어이가 없었고 사회 각층의 빗발치는 기념도서관과 녹지대 보존 여론을 깡그리 묵살하고 당국의 계획대로 강행되는 그 위력에 정말 놀랐다. 택지 조성 후 주택공사가 벌인 일차적 작업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고 각종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공지 주변에 철망을 두르고 수위를 두어 출입을 통제하며 시설을 보존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다. 좁은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난한 원주민의 집단부락과 현대식 호화 주택을 마주보는 그 부조화는 그것이 비록 그외관에만 그치는 것일까?
이제 이 호화주택에 눈부신 각종 현대시설이 갖추어지면 그 별세계에 펼쳐질 신흥 귀족들의 생활과 유희는 철망 너머에서 멀건히 바라볼 우리 아이들의 눈에는 정녕 그것들이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 그 부조화 그리고 그 부도덕을 개탄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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