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은 교회 안팎을 통해서 실로 다사다난했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서 다시 희망을 담뿍 걸어보는 75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교회안의 각위 교형 자매들의 축복을 빌며 한국의 모든 국민에게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비는 바이다.
75년은 특히 20세기 후반기에서 맞이하는 뜻깊은 성년이기도 하다. 이번의 성년은 과거의 여늬때의 성년과는 달리 특별히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정신에 투철하여 쇄신과 화해를 주 지향으로 하는 성년이다. 이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73년부터 각국 지방교회에서부터 시작되어 75년「로마」에서 전세계 교회 대표들의 순례로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번 성년은 순례와 외부적 행사나 성년은 사등보다는 오히려 교회와 신자들의 내적쇄신과 화해에 더욱 중점을 두는 특징을 가졌다. 더욱이 새해 평화의 날(1월 1일)의 주제는「화해는 평화에의 길」로 정하여 졌다. 이것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새해 교회의 지표가 평화와 화해와 쇄신의 세가지 큰 항목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난 74년을 회고하면서 새해의 결의를 굳게하는데 있어서 세 개의 조항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첫째 쇄신의 문제는「바티깐」공의회가 말하는「교회의 현대화」의 가장 핵심적인 점이다. 원래 새롭게 한다는 것은『새로 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근원적인 그리스도의 계시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 즉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난 하느님의 백성은 항상 묵은 사람을 죽게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나게하는 것을 날마다 거듭해야 한다. 동양의「일신 또 일신」이란 교훈도 바로 이와 상통하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가 지금에 와서 쇄신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교회가 이제까지 너무나 그 제도적인 구조나 형식적인 행동양식에 구애되어 영성적으로 침체되고 무기력한 느낌이 많았음을 깨닫고 교회가 좀 더 내적 영적으로 새로워져야 하겠다는데 있다. 그러나 쇄신은 개혁과는 구별되어야한다. 개혁은 제도나 조직 등의 외형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지만 쇄신은 마음의 깊숙한 곳의 자세를 바꾸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의회 이후 교회안에서 많은 외부적 개혁을 보았으나 아직 내적인 쇄신이 앞서지 못하기 때문에 공의회가 원했던 실효가 거두어지기 어려운 현상이다.
다음에 화해에 대해서는 먼저 하느님과 우리와의 화해가 문제된다. 하느님의 백성된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날 때 즉 하느님의 사랑에 바로 응답하지 못하고 이를 거부했을 때에 하느님과의 불화가 생긴다. 이와같은 불화를 해소시키는 길은 회개이다. 오늘의 우리는 너무나 회개가 적은것 같다. 날마다 밤마다 제나름대로의 회개를 계속하는 것이 진정 하느님과의 화해의 길이 될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우리들 사이의 화해는 교회안에서의 형제들 사이와 교회밖의 모든 사람들과의 사이로 나누어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너와 나와의 사이의 화해에 앞서서 자기 자신과의 화해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그것은 자신안에서의 모순과 갈등이나 혹은 자신에 대한 욕구불만 등을 말한다. 이것들을 극복하거나 해소하지 않고는 타인과의 화해를 이룩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남과의 화해는 불화가 있다는것이 전제된다.
불화가 있는 곳에 용서를 주라는 것은 프란치스꼬 성인의 유명한 기도속에서 감명깊게 읽을수 있는 귀절이다. 또 제단에 제물을 바칠 때에 제물을 두고 불화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화해한 후에 와서 바치라는 것과 베드로 사도에게 일곱번의 일흔번의 용서를 권고하신 그리스도의 교훈에서 우리는 더 보탤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구체적으로 용서하는 방법에 있어서 실천적으로 곤혹을 느낄수가 있다. 남을 용서할 때와 남의 용서를 받을때의 두 가지 양태가있다. 남에게 끼친 잘못에 대해서 용서를 청할때는 반드시 회개하는 심정과 보상하는 행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 없이 무조건 용서를 청한다는 것은 용서받을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남을 용서하는 입장에 있을때에는 아무 조건 없이 용서를 주느냐의 문제가 따른다. 여기서도 무조건의 용서는 무조건의 사랑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을 개과천선 시킨다는 다른 사랑의 차원에서 회개와 보속의 조건이 성숙되도록 지도한 후에 사실상은 조건없는 용서를 베푸는 것이 진실한 의미에서의 화해가 이룩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화해가 교회안에서 또 사회안에서 이루어질때 국가사회의 평화 인류의 평화를 얻는 길이 될것이다. 한국교회가 새해에 지고있는 사명은 크다. 일치와 화해와 쇄신을 위해서 75년도의 한 해를 빛나게 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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