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장에서 생선 한마리를 사면서 10원을 외상한 일이 있다. 원래 난 외상을 싫어하는 성미였지만 이것저것 찬거리를 사다보니 예정된 찬값에서 10원이 모자랐기에 다음 장날 갖다준다 하고 양해를 구했더니 생선장수 아주머니는 처음보는 나였지만 쾌히 승락을 해주었다.
얼마전 어느 가계에서는 돈 1원이 모자라서 세탁비누를 못샀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의 씁쓸했던 마음을 생각하니 10원을 외상준 생선장수 아주머니가 더욱 고마와서 오늘은 집에 모아둔 헌 신문 몇 장과 함께 10원을 갖다주었다. 그 생선장수 아주머니는『아이구 흔히들 고기를 사갈 때는 모자란 돈을 다음에 꼭 갖다 준다고 하지만 한번도 갖다주는걸 못봤는데 이렇게 잊어버리지 않고 갖다주는 것도 고마운데 또 신문을 이렇게 많이줘요』하면서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채소를 사고있는 나를 몇번이나 찾았다면서 동태 한마리를 들고왔다.
몇번이나 장사하시는 분이 이래서 되겠어요 하며 사양했으나 그 생선장수 아주머니는 한사코 괜찮다면서 내 시장바구니에 밀어넣어 할 수 없이 집에 가져오고 말았다.
군소리 한마디 없이 외상을 준 그 마음이 고마워서 조그마한 성의로 몇 장을 갖다준 신문이 그토록 고마웠을까 생각할수록 당연한 일밖에 한것없는데 생선 한마리를 받고보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 금할수가 없었다. 이렇듯 적은 돈 10원에서 오는 흐뭇함은 서로의 신뢰에서 오는 소산임을 생각할때 적은 돈 10원이라고 망각하지 말고 남에게 갚을때는 소홀히 생각치 말아야 되겠다고 다시한번 마음속 깊이 되뇌보며 그마음 착한 생선장수 아주머니께 주님의 은총이 항상 깃들기를 기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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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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