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솝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이유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지혜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이 글에 나오는 이야기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하느님의 모습을 그린 상(像)을 짊어지고 주인에게 끌려가던 당나귀가 사람 많은 마을 앞을 지나다보니 그 숱한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자기(나귀)에게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귀는 자기에게 절을 하는 줄 알고『남들은 모두 나를 이렇게까지 존경하고 있는데 우리 주인은 늘 나를 구박하고 걸핏하면 회초리로 때리는구나. 이젠 나도 주인에게 좀 도도하게 굴어서 내가 누구인 줄 알려 주어야지』하고 뇌까렸다. 그러자 또 어떤 지위 높은 사람이 지나가다가 또 절을 공손히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귀는 교만한 생각이 들어서 거만하게 서서 버티고 주인을 돌아보았다. 그때 주인은『왜 걷지 않고 섰느냐』며 회초리로 후려 갈겼다.
그러자 나귀는 더욱 버티고 서서 주인을 약올렸다. 그리고 동리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 못난 주인을 보라는 듯이 으시댔다. 주인이 화가 나서 더 큰 몽둥이로 엉덩이를 치면서『이놈아 네가 지금 하느님의 상을 새긴 짐을 지고 가니까 사람들이 하느님을 경외하느라고 절을 하지 네게 절하는 줄 아느냐 네가 버티고 서면 어떻게 할 작정이냐』며 계속 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절한 이유를 알고는 나귀는 스스로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고 묵묵해졌다. 수많은 신자들이 신부를 보고 절을 하고 영신의 아버지니 하느님의 대리자니 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굽실거리니까 마치 무슨 하느님이나 된 듯이 행동한다. 아무나 보고 반말지꺼리로 대하고 심지어는 아버지 같은 나이의 어른들에게도『응 왔나』『교무금 다 냈나』하는 것은 보기에 거북하다.
특히 보기에 딱한 것은 부녀자들한테도, 수녀님들한테도 마치 제 동생이나 조카한테 말 놓듯이 함부로 대한다『수녀 지가 뭔대, 함부로 대한다대』하고 밑에 수녀님들한테 안하무인격으로 대한다. 그리고 자기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인 양 우쭐먹거린다. 먼젓번 호에도 말했거니와 말로써 자신의 인격에 먹칠을 하는 수가 많다. 특히 반성할 점이다.
신사답지 못하게 언행을 함부로 하는 신부가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나귀는 자기 등에 하느님의 상을 새겨 넣은 것을 지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왜 저한테 절하며 굽실거리는지 몰랐다 했는데 그래도 나귀는 겸손하다. 주인이 야단을 치니 부끄러운 줄이나 알았고 고개를 숙일 줄이나 알았다. 그러나 대개의 신부들은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반성은커녕 말하는 사람에게 인신공격까지 퍼붓는 게 일쑤다.『너는 뭘 잘한다고 성인군자인 양 설교가 많으냐』는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그대는 주일 강론 때 신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며 하는 말의 만분의 일이라도 실천하느냐 묻고 싶다. 사랑이니 기도니 겸손이니 순명이니 떠들어대지만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기성사제들이다. 반말하는 사제들은 웃 장상들에게 순명하느냐고 묻고 싶고 사랑 겸손 다 실천하느냐고 묻고 싶다. 우리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감히 부당한 자들이 사제가 되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나에게 맡겨진 양들을 내 생명보다 중히 여겨야 한다. 장상을 섬기고 그의 뜻을 받들어 쇄신분골 성소가 주는 소명을 다하고 슬프고 불쌍한 형제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 종의 종이 교황님이고 주교님이라면 종의 종을 섬기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반성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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