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란년 토끼해가 되자, 어쩔수 없이 토기 얘기가 년초의 화제가 되었다. 토끼족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토끼에 얽힌 설화도 섭섭찮게 소개되었다. 그 중에도 토끼가 거북등을 타고 용궁에 가 잡아먹힐뻔 하다가 「널어말린 간」을 핑계로 삼아 돌아온 얘기는 약방의 감초같은 것이었다. 이 얘기를 교훈으로 삼아 슬기를 배우고 새해를 슬기롭게 살아보자는 뜻이리라. ▲토끼는 공격보다는 대피를 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토끼는「무섭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짐승이다. 그래서 토끼는 평화와 선량의 상징이라는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유난히 돋보이게 하려는 저의에는「평화」와「선량」에 대한 간절한 영원이 깃들어 있다. 지난해에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기에, 새해를 맞아 모두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평화하고 선량해지기를 기도드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슬기롭게 대피만 하는데도 문제가 있는듯한 사건이 있어 주목되었다. 연초에 부녀자와 방범대원에 대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때 현장목격자가 5ㆍ6명 있었으나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워낙 많은 「폭력」을 겪어왔고 그때마다 무력하게 방관하는 그릇된 「슬기」와「대피」만 일삼는 비겁을 길들여왔기 때문이었을까? 참으로 어이없는 현실의 한 단면이었다. ▲설화중의 토끼는 슬기롭다. 그 생태는 선량하다. 그러나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이 있듯이 경망스러운 결함도 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볼 때 특히 교회의 사회참여 운동에 있어 경망스러운 점이 없지 않은듯하여 새해에는 이 결함을 유의해야 할 것 같다. 행동적으로 참여하면 천추에 빛날 우국지사요 그렇지 않으면 만고역적으로 돌아부치는 병분법이 적지않게 노출되지 않았던가. 더욱이 교도권의 직무유기(?)같은 현상이 이를 부채질하지 않았던가▲「을란」는 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봄을 맞이하여 문을 열어 젖힌다는 뜻이라고 한다. 「가톨릭」이란 뜻도 이와 다를바없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뜻대로만 되면 새해에는 마음의 문과 대화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평화의 문이 열릴듯도 하다. 이를위해 새해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경망스러움을 탈피해야겠다. 불필요한 분열은 「대피」해야겠다. 새해에는 지금까지 열리지 않았던 문도 열수있는「슬기」를 가져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