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문은 열렸다.「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에서는 자시미사때 바오로 6세 교황 성하가 그 무겁고 두꺼운 대리석 문을 망치로 두들겨 열었다. 이 문이 열렸다는 것은 외적으로 상징적인 뜻이있다. 내적으로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장벽을 엶으로써 화해의 길이 트였다는 뜻이있다. 성년이란 매 25년마다 빚장이에게 빚을 탕감해주고, 노예를 자유로이 해방시켜주고 땅은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 줌으로써 세상의 모든 재화가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켰고, 가난한 사람이나 억압받는 사람이나 자유인이나를 막론하고 다 하느님의 자녀임을 일깨워주는 구약시대때 이스라엘 민족의 풍습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성년의 본뜻은 모든 사람이 자신을 쇄신하여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며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로 다짐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졌던 불화나 맺혔던 감정을 풂으로써 다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일깨우고 순수한 마음에서 서로 용서함으로써 우리도 하느님께 용서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는 화해의 정신이 그 대상을 하느님께 두는것은 마땅하고 옳은일인줄 알고있으나, 그 이전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먼저 화해하지 않고서는 하느님과 화해할수 없다는 진리를 실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크리스찬들의 생활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해준다. 성서에는『너 만일 네 형제에게 악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네가 바치려는 제물을 그 자리에 두고 먼저 네 형제와 화해하고 제물을 바쳐라』했다. 성서의 이 말씀은 단지 하느님께 바칠 제물을 갖고있는 사람의 마음이 악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더 근본문제가 있는것이다. 즉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기 위해서는 남이 나에게 잘못한 것을 용서해주지 않고는 절대로 나의 잘못을 하느님한테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기본조건 때문인 것이다. 구약이나 신약의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계약은 이 기본조건 없이 체결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 반드시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2천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통해 인류 구원의 대사업을 하고있다. 이 교회는 구세주 예수의 구원사상을 현세에서 실천해야 하는것이다. 그리스도는 인간 하나 하나를 구원하기 위해 죄많은 이 세상에 탄생했고 수난당했고 십자가에 죽으셨다. 나 하나와 당신 하나의 구원을 위해 만왕의 왕이요 창조주가 송두리채 자기 스스로를 바쳤다는 이 사실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 이외의 어떤 이유도 없다. 즉 목적은 인류구원의 성취요, 이유는 사랑이요, 방법은 교회를 통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서는 교회를 통한 사랑의 실천이 없이는 하느님과 일치할 수 없다.
성년은 매25년마다 위의 사실을 재확인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때다. 그런데 금년의 성년은 특히 화해의 성년으로 국가나 단체나 민족 혹은 개인간의 화해를 이룩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그 어떤 화해라 하더라도 한 개인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말해서 한 사람이 악한마음을 가졌을때 이웃과 대화에서 화해를 이룩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이 나 아닌 다른 한 사람에게 화해를 하지 못했을때 단체나 국가민족의 화해가 이루어질수는 더더욱 없을것이다. 더구나 내가 남을 용서 못하는데 하느님은 나를 용서하시겠는가. 성년의 화해의 정신은 먼저 한 사람이 같은 형제인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너그럽게 대할때 그 마음의 선함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금년의 성년은 먼저 나 하나의 마음을 선하게 갖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개개인은 회개와 속죄를 통해서 자신안에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화는 화해를 전제로 한다.
평화, 평화하고 만민은 떠들어대지만 개개인의 화해없이는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것이다. 이런 뜻에서 이번 화해의 성년에는 묵었던 모든 감정을 풀어버리고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조차 없이 우리는 화해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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