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는 2백년에 걸친 역사의 길을 걸어오는 과정에서 몇몇 중요한 정신적 전통을 간직하게 되었다. 우리교회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전통 중 상당 부분은 지난날의 순교자들에 의하며 마련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교회에서는 자신의 전통을 소중히 간직하며, 그것을 이어받고자 하며 순교자에 관한 독특한 신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순교정신의 강조현상과 비교해 볼 때, 순교자에 관한 사료의 정리나 그들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저조한 상황에 놓여있다. 순교자의 사료정리와 연구를 통해 우리의 순교신심은 더욱 고양되고 올바른 방향을 취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순교자 사료의 정리와 연구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순교자에 관한 사료정리는 순교자의 연구와 순교신심의 강화에 대전제가 되는 기초적 작업이다. 순교자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기위해서는 먼저 조선왕조에서 작성했던 각종 자료들을 주목해야한다. 이 자료들 가운데 순교자와 관계되는 기록을 발췌하여 편찬ㆍ간행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순교자에 대해 조선왕조의 공적 기록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 작업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 교회 당국은 순교자에 관한 증언을 수집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순교를 목격했던 증인들에 의해서도 순교자에 관한 증언이 작성되기도 했다. 이 자료들이 하루바삐 정리되고 간행될 때 중요한 자료들이 소멸되는 위험에서도 벗어날 뿐만 아니라 순교자들의 행적을 연구, 전하는데 적극 활용될 수가 있다.
한편 한국교회에서 직접 사목을 담당했던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도 순교자에 관한 적지 않은 기록을 남겼고 또 순교자의 전기를 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순교자에 관한 선교사의 기록들도 순교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간행하여 보급하는 일도 매우 시급하다 하겠다.
순교자의 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은 순교자의 정신을 오늘의 신도들에게 전해주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것은 우리 교회의 전통을 확인하여 미래에의 좌표를 설정하려는 기초적 작업이다. 그런데 순교자에 관한 자료의 정리와 연구라는 이 중차대한 사업을 몇몇 개인이나 연구기관의 성의만을 기대하며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교회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 없이 이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리한 일이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루가12, 33)면, 우리 교회에서는 순교자의 자료 정리와 연구에 자신의 재물을 아끼지 아니함으로써 교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한국 성인이 시성된 이후 세 번째 맞이하는 이「순교자성월」에 순교자자료의 정리와 연구에 교회당국과 유지, 신도들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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