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부녀자들과 함께 일거리를 맡아왔다.
수출용 이쑤시게를 만드는 일인데 받아온 재료는 빨강 파랑 보라 등의 네가지 색깔로 된 셀로판지를 이쑤시개의 한쪽끝에다가 꽃처럼 예쁘게 말아 붙여서 포장하는 일이다.
보기에는 쉬운것 같더니 정작 해보니 여간 일이 많지않다. 꽃만 만드는 일이라면 또 모르는데 그걸 하나하나 세어서 각 색깔마다 2백50개씩 모두 1천개들이로 포장해야 하니 그 일 또한 여간 아니었다.
『한 상자 만들어 주면은 얼마나 받는데…』
설겆이하는 시간마저 아껴가면서 열심히 꽃을 마는 내게 아빠가 물었다.
『18원이래요』『뭐 18원? 하루에 그걸 몇 상자나 마는데?』『그래 몇 상자나 말것 같아요?』나는 피식 웃어 버리면서 대답을 피했다.
서투른 솜씨여서 그렇겠지만 변소에 다니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열심히 꽃을 말아야 하루에 겨우 2상자나 말아질까.
아주 숙달된 사람도 세 상자나 네 상자, 그걸 돈으로 치면 나의 하루벌이는 고작 36원이다.
그렇지만 안 버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아빠가 내용을 알고부턴 까짓것 걷어치우라고 성화지만 나는 계속할 셈이다.
하루에 36원이면 정말 적은 돈이지만 열흘이면 360원 백일이면 3천6백원 천일이면 3만6천원이다.
그쯤 모아지면 뭔가 요긴하게 살림살이도 하나쯤은 장만할 수 있을게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이쑤시개는 외화획득을 위해서 수출되는거고 따라서 나도 수출한국의 국민으로서 거기 한몫끼는 셈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만드는 내 일손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루 해도 어쩐지 내게는 너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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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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