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하는거야?』
공소예절 준비를 하는데 꼬마애가 입을 삐죽하며 쫑알댄다. 성당이 없는 이곳에서는 공소도 멀리 떨어져 있고 그래서 이웃마을 부인 몇명이 우리집에 모여 일요일이면 공소예절을 드린다.
처음 이런 모임을 가졌을때는 다소간 어색하고 서로가 불편한듯 했는데 이제 수삼년간 행사를 계속하다보니 그것에 집념이 되고 일상생활에서 뺄 수 없는 행사가 되고있다. 어떤땐 일이 겹치고 하여 단 두 명만이 한자리에 앉아 공소예절을 드릴때도 있는데 그럴때면 의례히 내 곁에는 우리 꼬마애가 붙어있다. 성가를 곧잘 흉내내는가 하면 기도문도 한구절씩 암송한다.
『신통하다. 어린것이 참 신통하다-』
하며 부인네들이 귀여워 해주고 하니 더욱 의젓하게 기도문을 흉내내고 하여 어언간 꼬마애는 공소예절 행사의 한 일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도 성가책과 기도책을 찾아 준비하는데 꼬마애가 불쑥 또 하는 거냐고 싫어하는듯 혹은 비양거리는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똑같은 기도문과 똑같은 절차로 공소예절을 하다보면 조금쯤 싫증도 나고 짜증도 나고 하는데도 그것을 억제하는 우리들의 약점을 꼬집어주는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제 애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신자생활을 하다가 무의식중 그들의 뇌리에 인상 지워진 우리들의 무성의와 나태를 회상해 내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가슴에 상처와 신자생활에 그늘을 던져주는 것이 될것이다.
무언중 튀어나오는 교회에의 불평과 나태감이나 무성의가 어린 자녀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겨줄런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나는 이제 이웃마을 부인들이 오면 이 문제를 의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철모르는 꼬마애를 공소예절 등의 행사에 무의식중 혹은 유희적으로 끼게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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