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주일은 10년 전 한국 주교단이 군사목의 중요성과 의의를 다함께 생각하는 계기를 삼고자 10월 첫째 주일에 정한 특별주일로서 금년으로 10회를 맞는다.
우리 교회는 1951년 전쟁 중 군사목에 참여한 이래 지난 26년간 헌신적인 많은 신부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제는 개신교 다음 가는 규모의 사목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날 군종신부들은 불모지와 같은 군사목 분야에서 개척자다운 신념과 인내로 난관을 극복하며 오늘의 터전을 마련하였으며 군인주일이 제정된 것도 이들의 숨은 노고였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목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51명의 신부가 육ㆍ해ㆍ공군에 파견되어 있고 그 중 중령급 이상 계급의 신부만도 10여명을 헤아리게 되어 경험과 신부 개인의 비중 면에서도 가히 중견급에 오르게 되었다.
51명의 신부 수는 사제가 풍족치 못한 한국 교회 사정에 비추어볼 때 1개 교구 사제 수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들에 의해 직접 사목되는 군의신자 수는 금년 6월 말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군인의 9ㆍ2%로서 한 교구 신자 수에 맞먹는 것으로서 왜 이만한 수의 신부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군에 신부를 파견하는 것은 신자뿐만이 아니라 신자보다 더 많은 비신자 장병에게 복음을 펴야 하는 사목적인 이유와 함께 국가를 위한 봉사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 되풀이되는 사실이지만 교회는 일사불란한 조직과 제도 안에 살고 있는 60만의 젊은이들을 방관할 수 없는 것이다.
사목적 임무와 더불어 이 군인들이 바른 가치관을 지닌 인간으로 성숙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국가관과 사생활을 갖도록 이끄는 데 종교 이상의 교사는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군대는 점차 교육 수준이 높아져 머지않아 고졸 이상의 청년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졸 이상 학력의 청년이라면 장차 이 나라의 중추적 존재로서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할 엘리트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국가와 교회의 장래가 걸려 있는 것이며 따라서 교회가 군사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최근 군종신부들의 분석에 따르면 입대 장병의 신자율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다고 한다.
4~5년전만 해도 2% 이상으로 나타나던 신자율이 근래 와서는 1% 미만으로 나타나 군종신부 중에는 실망한 나머지 신자 파악을 중지해버린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청소년 사목에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예측했던 결과로서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실 오늘의 한국 교회는 부녀자와 노인의 교회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젊은이들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편에서 군사목은 청년들에게 다시 한 번 복음과 인생의 좋은 가치관을 쥐어줄 수 있는 길목으로서 그 의의가 높아가고 있다.
군사목은 이제 단순한 군인 상대의 특수사목 범주를 벗어나 교회의 공동 관심사가 걸려 있으며 교회는 새로운 관심에서 군사목을 인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군사목은 이미 군종신부의 전담사가 아니라 교회가 유기적인 협조 체제 속에 한 팀이 되어 수행해야 할 공동 과제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한 마리의 고기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어부의 태도로 필요하겠지만 먼 내일을 내다보며 고기를 키우는 민족 교육의 차원에서 군사목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선에서 군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들에 대해 교회는 넓은 안목의 이해와 협조에 앞서 현상 유지 내지 미봉적 태도를 취해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확실히 본당신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 아래 고군분투하고 있다.
50여명이 함께 모여 앉을 집 한 채 없이 이리저리 잠자리를 찾아다니는 군종신부의 신세도 그렇거니와 아직 교회법상 교구 체제를 갖추지 못한 채 충원을 비롯한 인사 운영에 교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체제상의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점 주교단의 협조를 촉구하며 성년을 지나 왕성한 청년기에 접어든 군사목이 교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한편 지금까지의 군사목 활동을 보면 몇 사람의 특출한 능력과 활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51명 신부 전원의 가진 바 능력이 전체 군사목 발전에 기여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군종신부단은 부단한 자신의 향상을 도모하면서 군사목 특수성에 입각한 군인 교리서 편찬 전례 연구 등 특수사목 체제 확립에 한층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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