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고 끝없이 행복해지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조금 더 연장된 삶을 누린다든가 재산을 남보다 좀 더 많이 모아보아도 결코 행복을 오래 누리지는 못한다.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의 파랑새는 어느새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죽음은 서서히,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의 혈액과 육신 안에 숨어 있다가 시시각각으로 마시고 있는 공기와 더불어 날마다 먹고 마시는 음식물 안에서 자라나고 있으며 언젠가는 우리를 흙으로 만들어버린다. 아- 그렇다면 죽기 위하여 인간들은 어리석게도 그처럼 집요한 생존 경쟁을 벌여간단 말인가?
참으로 서글프고 어이없는 일이다. 죽음, 그 자체는 우리의 목적일 수 없으며 인간 삶의 목적이 죽음이라면 태어남이란 더욱 무의미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도대체 사람은 왜 태어나고 무엇 때문에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일까?
두꺼운 철학 서적도 뒤적이고 사회적으로 덕망있는 분들과 의논도 해보았다.
그러나 모두가 그 해답을 시원스럽게 주지는 못했다. 그 후 나는 체념 상태에서 동물 본응의 생활 수단과 껍데기뿐인 문명의 유행병 환자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인생은 구름 자국처럼 꺼지고 태양에 쫓기어 그 열로 안개처럼 사라진다」라고 한(집회서 2ㆍ4) 말씀처럼 내 영혼은 시들고 육신은 찢기워 만신창이로 꺼져가고 있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우주 여행의 시대가 열리고 컴퓨터가 등장하여 사람보다 월등(?)한 로보트 인간이 생겨나는가 하면 팔다리가 분리되어도 현대 과학은 이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눈도 볼 수 있게 하고 사람의 심장도 만들어 갈아 끼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위대한 그 과학도 조그마한 풀 한 포기나 꽃 한 송이를 피우지는 못하듯이 여기 방향 감각을 상실한 나의 영혼도 그 과학의 구제 대상이 될 수는 결코 없었다. 피어스가 말한「이론적으로 확실한 추론의 힘인 과학 그 자체가 세계의 진화 발전의 요인이다」라는 시사는 적절한 논리이겠으나 진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는 차원이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도 자기 영혼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지난날 무지하고 우매한 내가 이 차고 넘치는 기쁨 속에 빛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새 생명을 찾을 수 있었음은 그리스도의 사랑, 그 사랑의 손길이었다. 지난해 가을, 주께서는 교형 L씨를(부산교구청 근무) 통하여 사랑의 손길을 주시었다.
L씨를 만난 후부터 내 인생의 궤도 수정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는 L씨와 K 신부님을 만나서 그리스도를 보았고 사랑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이 나고 죽는 것에 대하여 조금은 터득할 수가 있게 되었다.
「복종을 거부하는 사람의 의지는 언제나 재난을 가져온다」고 섹스피어가 말했듯이 인간의 불행은 모든 진리의 요구를 자유로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란 것도 알았다.
진리이신「그리스도」밖에서의 지난날 나의 삶은 재난과 불행으로 얼룩진 과거였다. 이제 주님께로 와서 발 아래 엎드렸다. 『주여! 나는 당신을 믿나이다. 아들이 어머니를 믿고 의지하듯이 나도 그렇게 하겠나이다.
침묵과 겸손으로 주님께 예배 드리며 나 자신을 불 태울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내 마음 속에 옳지 못한 일을 대하였을 때는 항상 그러하셨듯이 붉은 신호로써 제어하시고 밝은 빛으로 인도하소서』
『거룩하신 성모여-아버지께는 영광을-내 이웃에게는 사랑을-내 마음에 평화를 우리 주 천주께 빌어주소서-아멘』
『내 영혼에 기름을 바르시고 성수로 지난날의 죄를 씻게 해주신 당신의 종, 홍 암브로시오 신부님과 백 스테파노 신부님께 주님의 가호가 항상 같이하시길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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