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란을 메꾸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너무도 많이 듣고 보아왔던 것들을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 달 동안 여러 곳에서 편지와 전화를 받았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어떤 평신자의 말『신부님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소리 들어보았습니다. 좀 많이 써주십시오』어떤 수녀의 말.『많은 것을 받았으니 많은 것을 내놓으셔야죠.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신부님과 공감합니다』어떤 신부의 말『건방지게 너나 잘해라』이런 말들이다. 그 중에서도 어떤 신부는 내 머리가 숙여질 정도로 칭찬하면서『옳은 말씀입니다』하는 분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다. 신부가 신부에게 반성하자고 한 말을 평신도와 수녀는 감명을 받고 본인인 신부들한테서는 반발을 받았다.
그것으로 보아 신부들은 얼마나 교만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고로 우리 속담에 입에 쓴 약은 몸에 좋다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영혼에 좋을 거다. 이렇게 쓰는 이유도 듣기 싫은 사람들 때문에 쓴다.
미안하지만 오늘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루이 14세는『짐은 국가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패망했다. 왕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지만 국가는 왕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왕의 명예와 안전은 그가 갖춘 권리나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에 있는 것이다. 무릇 지도자나 장상이라면 자기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맡겨진 형제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의 장상이나 지도자라 하더라도 그렇거늘 하물며 그리스도의 명을 받은 사제직에 있어서라. 죄까지도 사해줄 수 있는 직분이다. 그 권한을 가진 사제는 오로지 남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 마치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거와 같이 말이다. 그리스도는 형식주의 권위주의를 탓하면서 진리와 믿음에서 하느님을 섬기라 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그리스도가 걸었던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 겸손히 서로 돕고 마음에서 서로 사랑해야 한다. 겸손히 서로 돕고 마음에서 서로 사랑해야 한다. 겸손한 사랑이야말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이것이 사제적양심이다. 양심이야말로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하지 말아야 할런지를 가르쳐줄 것이다.
그리스도의 양심은 스스로를 죽음에 붙일 만큼 성부의 뜻을 따르려 했다. 그런데 우리의 양심은 자기 보존의 방패로써 사용할 때가 많지 않는가. 신자들에게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덕(德)이냐는 것을 강론하면서 자신에게는 어떻게 하면 죄만 안 되는가를 찾는다. 신자들에게는 희생과 극복을 요구하면서 자신에게는 안일한 생활이 무엇인가를 찾는다. 사제들의 양심은 언제부터 무디어졌을까. 우리는 양심의 만족보다는 영예를 얻기에 바쁘다. 그러나 영예를 얻기 위해 가장 가까운 길은 영예를 얻기 위한 노력보다는 양심을 위한 노력에 있는 것을 잊고 있다.
교회를 위하고 하느님을 핑계로 스스로를 영예롭게 하려는 노력으로 일생을 보내는 사제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일의 실패는 온 천하가 잘못했기 때문이고 필연적으로 탓은 남에게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변명하는 사제들도 있다. 남을 말하기 앞서 우리 스스로가 잘해 보자는 것이다. 이 정도의 반성은 해볼 만한 것이기도 하지 않겠는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나는 너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 중 아무도 이런 말을 더 듣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여 시정하며 살자는 것이다.
듣기 싫더라도 특히 듣기 싫은 사람은 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주의 사제이며 우리에게 말 양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러기 앞서 우리가 먼저 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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