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가 끝날 때마다 어떤 발표가 있을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다. 항상 특별한 무엇을 찾는 호기심으로 교회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결단을 바라는、교회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합하여 하여튼 기대를 거는 것이다. 기대는 항상 만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다음 회의를 기다리곤 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구장 주교 한 분의 한 말씀이 교구 내 전 신자의 신앙생활에 절대적인 지침으로 존중되는데 한국의 모든 주교들이 한 자리에서 정한 결정이라면 전체 교회 생활에 대한 중대한 교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교회의는 이렇게 한국에 있어서 교회 최고의 교도기관인 것이다. 마치 공의회가 교회 발전을 방향 지우듯이 한국 교회는 한국 주교회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교회의가 이러한 성질의 것이라면 한국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또 전 신자의 나날의 신앙생활을 지도하기 위하여 무엇인가 할 말이 있음직하다는 바람이 지나친 욕심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시시각각으로 변할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 속에 생기는 교회내지 신자생활의 문제에 대하여 권장하고 혹은 타이르고 가르치는 자부적인 지도의 말씀인들 없을 수 없을 것이다.「양들」은「목자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목자들은 목소리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아보지 못하고 귀만 기울이고 기다리는 양들이 있다면 목자는 말을 해야만 할 것이다. 가르쳐야만 할 것이다. 양들에게는 목자의 목소리가 아쉬운 것이다.
회의 때마다 세상이 놀랄 발언을 하라고 졸라대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이 되고 주교를 따라 함께 교회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우리에게、한국에 살고 한국 교회의 신자인 우리에게 이 교회는 어떻게 되어야 하고 신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할 것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듣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좁은 소견으로 생각한다면 전국적으로 주일미사 참석률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할 것이며 고백성사를 비롯하여 모든 성사에서 멀어져 가는데 교리교육과 전례생활의 지도 개선을 위해서 주교회의는 어떤 노력을 한국 교회에 요망하는지 발표를 하지 않아 궁금하기만 한 것이다.
교회의 책임자로서 그 어느 주교인들 교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지 아니하는 분이 있을 리 없고 전심전력으로 지도에 임하고 있을 것은 말할 나위 없지마는 교회에 많은 문제들이 없지 않는데도 주교회의는 문제들이 없는 양 말이 없느냐는 것이다.
하긴 발표가 안 되어서 우리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신자들을 가르치는 기회로 생각하고 신자들이 알 수 있도록 발표에 배려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발표도 문제거니와 결정 사항의 실천에도 문제는 없지 않은 것이다.
근래 한국 교회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활발한 사회 참여를 지향해온 것이 사실이다. 주교단은 기도회를 복음적 방법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더니 다시 전국 기도회는 주교단이 하도록 하였다. 이번 주교회의에서는 담화문이 나왔다.
시국문제에 관한 일부 선교사의 비판적 견해 표시에 대한 일부 한국 신부들의 비판적 반응을 우려하며 교회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자중하라는 내용이다. 어떠한 연유에서 이러한 일련의 결정이 주교회의에서 발표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간단히 생각하면 복음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 교회의 사회 참여라는 명분하에 자행되었기 때문일 것임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주교회의의 결정이 준수되지 않는다면 무슨 결정을 또 할 수가 있겠는가.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나친 요구라 하겠으나 감히 제언을 한다면 주교단은 주교회의 결정 사항을 실행토록 특별한 지도력을 발휘해주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주교회의는 협의체적인 일면이 있어 교구의 독자적인 사목권을 제약할 수 없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협의체로서 협조하는 문제는 협조로써 족하기 때문에 주교회의 결정 사항 안에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주교회의의 결정 사항이 너무 많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문제들은 우리 나름대로의 생각이겠고 성령과 함께 일하는 주교회의에 대한 우리의 신뢰와 그 지침을 따를 우리의 각오는 더욱 더 투철해야 할 것이다.
77년 추계 주교회의 결정 사항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국 기구 예산을 원안보다 증액 통과시키고 교회 기관 종사자들의 임금에 관심을 보인 점과、사제 생활 평준화를 위한 미사예물 공금화 결정 등으로 사회에 외치던 정의 구현을 교회 내에서 점차로 실현하려는 단계에 접어든 점이다. 중고등 학생의 학업 과중과 인간교육 문제、아파트 입주자 불임수술 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하여도 주교단으로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으며 산하 관계기관에 연구 검토케 함으로써 신자들의 의식 계발과 독자적인ㆍ대책의 노력을 선행시키려 한 점 등은 교회의 내실을 기하고 알찬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사목적 노력의 방향 설정의 전주로 보여진다.
그리고 또한 하루 빨리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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