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精神分析學)에서 돈은 종종 대변(大便)에 비유된다.
언뜻 듣기엔 참으로 맹랑한 얘기처럼 여겨지지만 그 이치를 알고보면 이것은 아주 그럴싸한 비유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의 인격 발달 과정을 전부 아홉 단계로 나누는데, 그 중 제2차 단계인 나이「세 살에서 다섯 살까지의 시기」를 항문기(肛門期)라고 부른다.
이 시기를 특별히 항문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시기에 아이들이 대변을 어떻게 원만히 처리하느냐가 그 아이의 인격 발달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시기를 잘못 거친 아이는 자라서 이에 상응(相應)하는 인격의 결함을 보이게 된다는 것인데 돈은 마치 대변이 이 시기에 있어서 아이들의 인격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사람들에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항문기에 있어서 대변은 어린 아이들에게 첫째로「자기 것」이라는 소유욕(所有慾)을 주며、
둘째로 대변은 변의(便意)에 의해서 그것이 배설됨으로써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성취감(成就感)을 주기도 한다.
또한 대변은 아이들이 그것을 제대로(때와 장소를 가려) 배설했을 때 어른들은 기쁘게 할 뿐 아니라 어른들로부터는 칭찬을 듣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증여(贈與)와 보존의 역할을 하며 이와는 반도로 아이들은 그들의 어른에 대한 공격적 의도를 나타낼 때 대변을 아무 때 아무 곳에나 배설해버림으로써 대변은 또 적대적(敵對的) 충동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있어 아이들로 하여금 대변에 대해 지나친 혐오감을 갖게 한다든지 자연적 변의(便意)를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일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불규칙적 배설에 대해 심한 꾸중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정상적인 항문기를 보낼 수 없게 하는 것이 된다.
돈을 정신의학에서 대변에 비유하는 이유는 이것이 마치 사람들의 돈에 대한 소유욕이나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샀을 적의 성취감、그리고 돈이 선행(善行)에 대한 증여와 보존이 되는 동시에 때로는 적대적 충동、예컨데 홧김에 돈을 마구 써버리는 경우 등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무관심 또는 그릇된 판단에 의해 자녀들로 하여금 돈을 지나치게 죄악시 하게 한다든지 그리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마저 돈을 쓸 수 없도록 하는 일 그리고 일단 소비한 돈에 대해서 심하게 꾸지람만 하는 일 등은 결국 성장 후에 있어서 돈과 관련된 제반 행위에 있어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상 돈이 대변으로 비유되는 이치는 또 이 양자(兩者)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 같은 이유로도 설명된다.
즉 원만치 못한 항문기를 거친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 있어서 그들이 대변과 그 배설을 통해 이룩하지 못한 소유욕ㆍ성취감 그리고 증여와 보존에 대한 불만족을 적대적 충동 즉 심한 배금(拜金) 및 돈의 남용으로 표현해버리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도 자녀에 대한 교육은 부모들의 절대적인 관심과 세심한 배려에 의해 아주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영환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맹광호 교수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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